한국영화가 마침내 칸영화제 첫 수상을 기록했다. 23일(현지시간) 폐막된 제52회 칸영화제 단편영화부문에서 송일곤(28) 감독의 출품작 「소풍」의 심사위원상 수상은 비록 장편은 아니지만, 한국영화계로는 놀랄만한 수확이다. 심사위원상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단편부문) 다음이다.매년 칸영화제 진출과 수상을 시도한 장편에 비해, 단편은 지난 해 조은령의 「스케이트」가 처음 경쟁부문에 진출한 후 두번만에 상을 따냄으로써 한국은 단편영화의 강국으로 떠올랐다.
이번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10편의 단편경쟁작 중 한국은 미국과 함께 최다인 3편을 냈고, 현지 영화평론가들과 심사위원들도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평가였다.
15분짜리 컬러작품 「소풍」은 현실에 절망한 한 가족의 서글픈 자살여행이다. IMF한파로 실직한 30대 가장. 그는 수면제를 먹고 아내와 어린 아들과 함께 자동차 안에 배기가스를 주입시켜 죽는다. 마지막 순간 아내는 자살을 거부하고 자식을 살리려 하지만 남편은 해변에 쓰러진 그들을 차안으로 데려와 결국 모두 죽음을 맞는다. 감독은 우리사회의 단면을 담담히 묘사하면서도, 동양적 가족관이 갖는 동반자살의 폭력성과 모순, 어머니의 자식사랑을 날카롭고 아프게 담아냈다. 그것은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동요「섬아기」를 불러 아이를 잠재우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압축된다.
덴마크의 토머스 빈터베르그 등 5명의 심사위원은 만장일치로 「소풍」을 심사위원상으로 선정하면서 『형식이나 스타일보다 주제나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심사했다. 「소풍」은 단편의 특징인 압축의 묘미,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고 밝혔다. 「소풍」의 수상과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본선에 오른 김성숙의 「동시에」, 김대현의 「영영」, 대학졸업작품끼리 경쟁하는 시네파운데이션에 처음 진출한 이인균의 「집행」 등으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단편영화 수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미로비전 측은 『이미 프랑스 배급사인 MK2가 TV방영을 위해 이들 4편에 대한 구매를 제의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 해 「스케이트」는 유럽 6개국에 모두 5만달러를 받고 배급돼 각국 TV를 통해 방영됐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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