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개각으로 경질되는 이종찬(李鍾贊)국정원장이 24일 오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마지막 주례보고를 했다. 청와대로 들어서는 이전원장의 표정에서 애써 숨기려는 착잡함이 읽혀질 만큼 그 자신은 지금을 물러날 때로 생각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주말 청와대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이 『정치를 계속 할 생각이냐』고 묻자, 이전원장은 『정치를 떠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답하면서 퇴임의 불가피함을 알게 됐다는 후문이다.김대통령이 김실장을 통해 이전원장에게 「정치를 향한 미련」을 물었다는 사실에서 역설적으로 이전원장의 정치적 행보가 문제됐음이 드러난다. 그동안 김대통령에게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JC가 너무 자신만을 위해 움직인다』 『국가 최고정보기관장이 지나치게 노출돼 있다』는 보고가 올라갔다.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도 『김대통령이 JC를 평가하지만, 지나친 정치지향성에 불만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김대통령의 국정원장 상(像)에는 권위와 충성이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에서 떨어지되 정치에 무게있게 다가갈 수 있고 몸을 던지는 헌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후임 국정원장에 내정된 천용택(千容宅)전국방장관에게도 김실장이 『의원직을 포기하고 정치를 떠날 수 있느냐』고 물었다는 데서도 「권위와 충성」의 원칙이 드러난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국정원장 이종찬」에 미흡함을 느꼈지만, 「정치인 이종찬」에 대해선 평가를 한다. 이원장은 23일 김실장의 퇴임 통보 때, 또 마지막 주례보고에서 김대통령의 「따뜻한 말」을 들었다. 이런 정치적 유대에서 국민회의 전당대회와 관련된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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