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6,000회 출격을 통해 1만5,000발의 폭탄을 퍼부었다. 유고연방군의 전투능력은 30% 가량 파괴됐다』 24일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제이미 셰이 대변인의 목소리엔 평소보다 힘이 실린 듯 했다. 『유고 전체 군사용 항공기의 절반인 100여대의 항공기, 지대공 미사일 기지의 75%, 코소보에 비축해 놓은 탄약등 전투물자의 50%를 파괴했다』 그동안 나토가 올린 전과(戰果)를 설명하는 그는 예의 자신만만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은 나토가 유고에 대한 공습을 단행한지 꼭 두달째 되는 날.나토의 전과가 이 정도라면 유고측은 어떤 식으로든지 나토의 강화(講和)요구에 응답이 있어야만 한다. 군사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다. 베오그라드 시민들은 전기가 끊겨 칠흑 속의 밤을 지내야 하고 그것도 방공호를 찾아야 하는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생필품이 모자라고 휘발유가 동이 난지는 오래다. 뿐만인가. 병원에, 민간주택 등에 가해지는 나토 공군의 잇단 오폭은 내일 또 어디서 민간인 희생자를 양산할 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상황은 엉뚱하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은 꿈쩍을 안한다. 나토는 군사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밀로셰비치를 강화시켜주고 있다는 지적도 여기서 연유한다. 그는 한때 철수하는듯 했던 세르비아군을 다시 코소보 지역에 투입하고 있다. 이미 100만명에 이른 난민 행렬은 바로 전날에도 멈추지 않았다. 나토군 최고사령관인 웨슬리 클라크 대장은 이날 TV에 출연, 『어떤 일이 있어도 올 겨울 전에 코소보 난민을 고향으로 돌려 보내겠다』고 장담했지만 이는 공허하게만 들린다. 밀로세비치를 무력으로 굴복시키겠다는 미국의 애초 발상은 무위로 돌아가는 것 같다. 코소보엔 지금 출구가 없다.jmnews@hk.co.kr 워싱턴=신재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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