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의 무대처럼 길쭉하고 폭이 좁은 플로어, 그 양편으로 길게 자리한 테이블과 나무들. 디자이너 모델 연예인등 문화예술인들이 자주 찾는 서울 강남 신사동의 카페 플라스틱은 실내디자인이 흡사 패션쇼장을 연상시킨다. 실제 가끔 패션쇼도 열린다. 주인은 패션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디자이너 조은숙씨.이제 패션은 입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패션을 먹고 보고 즐긴다. 문화예술의 얼굴을 한 패션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문화공간화하는 패션매장
20일 대구 동성로에서는 본격적인 토털 매장 「SO, BASIC」이 문을 열었다. 액세서리, 문구(1층), 여성·유니섹스 의류(2~3층), 인테리어 소품, 목욕용품, 주방용품, 침장류(4층)등이 모두 「SO, BASIC」 브랜드다.
지하엔 이탈리아패스트푸드점이 곧 문을 연다. ㈜닉스는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5개의 「SO, BASIC」매장을 열 예정이다. 삶을 브랜드화하는 공간이랄까.
『패션매장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창조하는 복합공간입니다. 예컨대 힙합이라면, 힙합의류를 중심으로 신발 액세서리 스케이트보드등 관련제품을 모두 모으고 힙합문화를 소개하는 광장, 오락실, 패스트푸드점등을 곁들여 아예 힙합문화공간을 세우는 거죠』 삼성패션연구소 이유순선임연구원의 설명. 어디 힙합 뿐이랴.
정장과 구두에 코디교육장 갤러리등을 조화시킨 직장인 매장, 유행 의류에 문구 식기 극장 머리방등을 곁들인 영스트리트매장등 다양한 토털매장이 생겨나고 있다. 이쯤 되면 생활을 한 브랜드로 통일시킬 수 있을 뿐더러 쇼핑을 문화행위로 여기게 된다.
▲소비문화의 새 유행을 창조하는 패션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패션이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출하는 거점이다. 청담동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는 퓨전 레스토랑(한식 양식 중식등을 혼합한 레스토랑)은 모던한 인테리어, 독특한 전문 메뉴로 새로운 소비문화를 선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디자이너들이 한 몫을 하고 있다.
하용수씨의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 아이다(518_1005), 퓨전 푸드로 유명한 노희영씨의 궁(518_0861), 요리에 통달한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메뉴와 인테리어를 스타일링한 MR.룽(549_0664), 패션쇼가 가끔 열리는 조은숙씨의 카페 플라스틱(3446_4646), 도나케이의 디자이너 국창복씨의 스노브(547_5599)등이 대표적이다.
『공간을 꾸미고 음식을 개발하는 게 옷을 디자인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고객의 욕구을 찾고 유행을 리드하는 것, 그것이 디자이너의 소명이다』 디자이너 조은숙씨. 먹을 것, 분위기, 스타성등 대중 소비문화의 복판을 꿸 줄 알는 디자이너는 대중문화의 조직가 역할을 자처한다.
▲고급문화의 하나로 자리하는 패션
예술장르와 연계, 「고급 문화」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고전에 속한다. 서울대 패션그룹은 사상 첫 동문패션쇼(28일 오후 4·8시)를 열면서 가나아트갤러리를 택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최현숙(동덕여대)교수는 『패션은 순수미술 범주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6월 48명의 디자이너, 작가를 초청, 작품으로서의 옷을 전시하는 「아트 & 아트웨어」를 연다.
이러한 교류가 마케팅으로 구체화한 경우가 잡화브랜드 쌈지. 쌈지는 미술 패션 건축 음악 그래픽디자인분야의 실험적 작가들을 선정, 스튜디오를 무료로 제공하는 후원을 한다. 대신 작품을 제품화하는 「아트 마케팅」을 펼친다. 제품을 「작품」으로 승격시키는 전략이다.
이제 예술로 치장하지 않고 패션은 팔리지 않는다. 물건을 사는 소비자가 아닌 이미지를 사는 마니아의 탄생을 부르고 있다.
글 김희원기자 hee@hk.co.kr
사진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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