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나토가 유고 공습을 시작한지 두달이 지났다. 이미 2차대전과 한국전·베트남전·걸프전 등의 공중폭격과 비교되는 수준이다. 전쟁이 조기에 끝날 전망은 흐린 가운데 민간인 피해와 전비부담만 계속 늘어나자 공습에 대한 회의와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공습만으로 세르비아를 굴복시킬 수 있느냐』는 회의론에 더해 『코소보 주민을 보호한다는 공습이 오히려 그들을 살상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유고 공습의 타당성에 대한 회의론은 처음부터 있었지만 『세르비아의 인종청소를 응징한다』는 명분에 밀렸다. 그러나 명백한 오폭만도 10차례, 500명 가까운 민간인이 희생되고 중국대사관 오폭사건까지 터지면서 「하이테크 폭격」 운운하는 선정적 보도를 일삼던 미·영 언론도 비판적 보도를 늘리고 있다. 베트남전의 대세가 기운 뒤에야 비로소 미국의 잘못된 개입과 잔혹한 전쟁수행을 비판하기 시작한 전철을 다시 밟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언론은 과거처럼 전쟁수행자들의 논리를 충실하게 따랐다. 그러나 「인종청소」란 끔찍한 용어에 걸맞은 대량학살은 확인되지 않았다. 세르비아가 내몰았다는 「대량난민」도 공습에 쫓긴 난민이 훨씬 많다고 봐야 옳다. 민간인 오폭 때면 나오는 『세르비아가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삼았다』는 주장도 상식에 반한다. 이 주장은 걸프전 때 미국이 바그다드 주택가 방공호를 오폭, 민간인 수백명이 죽었을 때도 나왔지만 결국 거짓임이 확인됐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미·영 언론은 그렇다치고 전쟁의 참혹함을 겪은 우리 언론까지 그들의 선전을 추종하는 것은 문제다. 미국의 석학 갤브레이스는 2차대전중 독일 도시 폭격의 효과 평가에 참여했던 옛 경험을 토대로 유고 공습의 부당함을 일찍이 지적했다. 당시 독일 도시 무차별 폭격을 지휘한 영국공군 폭격사령관은 종전후 유공포상에서 제외됐다. 전쟁목적을 앞세워 민간인 희생을 외면한 과오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미 내려져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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