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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저널] 따오기는 살아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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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저널] 따오기는 살아있습니까

입력
1999.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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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70년만의 새 총리 관저 기공식 참석차 관저를 나서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는 기자들에게 무심코 한마디를 던졌다. 『따오기는 살아 있습니까』「자상한 총리」뿐만이 아니다. 21일 오후 3시30분께 니가타(新潟)현 사도(佐渡) 따오기 보호센터에서 알을 깨고 나온 새끼 따오기(사진)는 일본 국민의 따스한 눈길을 끌었다. 앞서 20일 오전 8시30분께 알껍질을 두드리는 부리짓이 감지된 순간부터 언론은 시시 각각으로 부화 상황을 전했다.

지렁이와 우유를 섞은 먹이를 왕성하게 먹어 치우는 모습이 잇따라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언론의 「성화」는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81년 인공 번식이 시작된 이래 일본땅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따오기이니 그럴 만도 하다. 일본 혈통이 아니라는 아쉬움은 있을 수 있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방일 당시 아키히토(明仁) 천황에게 기증을 약속, 1월에 도착한 「요요(友友)」와 「양양(洋洋)」 사이에서 태어난 순수 중국 혈통이다. 그러나 「속지(屬地)주의」 적용에는 별 문제가 없다.

95년 마지막 수컷 「미도리(綠)」가 대를 잇지 못하고 죽은 이래 일본산 따오기에 대한 기대는 끊어졌다. 32세의 암컷 「긴(金)」이 남아 있지만 죽음을 기다리고나 있는 처지이다. 일본산과 중국산 따오기의 차이도 아직까지 드러난 것이 없다.

한국산 따오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해오라기와 비슷하지만 검은 부리가 아래로 휘어 있고 날개 안쪽과 꼬리 부분에 분홍색이 서린 따오기. 산골짜기 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라는 노래도 아직 생생하다.

우리 따오기들은 어디로 갔을까. 일본 열도의 따오기 소동에서, 모습은 커녕 「마지막」 기억조차 흐려진 우리 따오기들의 슬픈 운명을 새삼 되새긴다.

/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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