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돈암동 김경순(金京順·37·주부)씨는 6월 살림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12년째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20일 받아온 5월 월급은 145만원.하지만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등 각종 기념일에다 결혼식도 유달리 많았던 달이어서 가계부를 정리해 보니 27일 카드대금까지 결제할 경우 예상적자가 100만원을 넘었다. IMF여파로 월급이 30% 깎인데다 보너스달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씨 집의 평소 고정적인 한달 지출액은 주택융자금 12만원에다 보험과 적금이 28만원, 아파트 관리비와 전화세 등이 20여만원, 차량 유지비를 포함한 남편의 용돈 40만원, 중학교 2학년인 딸과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의 학원비와 용돈이 30여만원, 기본적인 생활비 60만원 등 180만원 내외. 그래도 두달에 한번씩 지급되는 보너스가 있어 적자와 자동차보험료 등 덩치가 큰 지출을 메우며 빠듯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5월엔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해야 했고 시댁·친정 부모님들에게도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스승의 날을 그냥 지나치기도 힘들었다. 이미 3차례 축의금을 냈고 길일(吉日)로 통하는 30일에도 사촌 여동생을 포함해 3건의 결혼이 예정돼 있다. 그 결과 적자폭이 다른 달보다 2배 이상 커졌다.
김씨는 『특별히 잘 먹고 많이 쓴 것 같지도 않는데 왜 이리 적자가 커졌는지…. 한달 적자가 크면 그 여파가 3개월이상 간다』고 한숨지었다. 국민연금 등 보험료마저 크게 오른 월급쟁이들,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 4월과 5월 연달아 보너스가 없었던 공무원 등 너나할 것 없이 5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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