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연세대 중앙도서관 1층 전자정보실. 컴퓨터를 통해 사이버 강의 과제물을 확인하거나 리포트를 쓰려는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김현경(26·사회학)씨는 『개인 PC로 집에서 모뎀을 사용해 접속하면 진행이 더디기 때문에 가능한 네트워크가 설치된 교내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불편이 있는데다 컴퓨터가 부족해 30분 이상 기다리기 일쑤』라고 전했다.
같은 날 연세대 김모(심리학)교수는 『사이버강의에서는 100명의 학생이 질문하면 꼬박 100번 모두 답변해야 하는 등 일반 강의보다 두세배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일반 강의는 한 학생에게 설명하면 다른 학생들도 같이 듣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사이버에서는 불가능하고, 컴퓨터에 접속해 단순히 자료만 보고 마는 것이라면 강의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강의」가 확산되고 있으나 컴퓨터 시설 부족과 강의 부담 등으로 학생과 교수 모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학생들은 전산실 컴퓨터나 학교앞 PC방 등에서 줄을 서야 하고 교수들은 일반 강의보다 두세배 이상 품이 든다며 울상이다. 현재 사이버강의를 실시하고 있는 대학은 전국적으로 70여곳에 달하며 해당 과목과 수강생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연세대 사이버교육지원센터 장근영씨는 『대학이 강의실 부족을 해결할 수단 쯤으로 사이버강의를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시스템확충 등 기본투자를 소홀한 채 강의를 운영해 수강생들이 학교밖 PC방을 찾지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6개 강좌에 1,000여명의 학생들이 사이버강의를 수강하는 서울대의 경우 교내 컴퓨터보급률은 3명에 1대 꼴.
이화여대 이혜은(사회생활학)씨는 『집에서 강의 접속을 시도하다 모든 자료를 날리는 등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한두번 아니다』며 『시간과 장소에 관계 없이 편리하게 수강할 수 있다는 사이버 강의의 장점이 무색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교수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사이버강의는 지속적으로 정보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이는 교수 입장에서 매우 과중한 부담이다.
올해 57개 사이버 강의를 개설한 이화여대의 조지형(사학과)교수는 『대학이 정책적 필요성 때문에 정작 사이버강의가 효과적이지 않은 과목까지도 인터넷강의를 실시하거나 과목편성이 주먹구구식일 경우가 많다』며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에 맞는 학습내용 개발과 제도정비, 기반시설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접속횟수를 출석으로 간주하다 보니 오로지 점수만을 목적으로 강의에 접속, 토론방에서 신변잡기를 늘어놓으며 토론 분위기를 흐려놓는 「얌체족」들이 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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