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1 여학생이다.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해서 할 일도 많고 관심사도 많다. 이것저것 신경쓸 일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쨋든 처음으로 여자만 있는 반에 배정되었다. 훨씬 편하고 재미있고 그동안 못보던 광경들을 볼 수 있어 새롭고 신기하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남녀합반과는 여러가지로 차이가 많다.우리의 관심사는 크게 3가지다. 연애, 패션, 그리고 교우관계다.
여자만 있는 반이라서 그런지 남자애들이 교실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소리지르고 난리다. 누가 누구와 사귄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단다. 관심이 있다더라, 데이트하는 것을 봤다더라, 손도 잡더라는 등 하루 종일 이런 얘기들이 우리의 화제가 된다.
친한 애들끼리 짝하려고 애쓰고, 자기 친구가 인기가 많다면 시샘하고 질투하기도 하고, 친구의 남자친구를 좋아하게 돼 고민하는 친구도 있다.
여학생인 만큼 외모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요즘은 층지는 머리가 유행이래. 나도 그렇게 자를거다』『어제 뮤직뱅크 봤니? S.E.S가 하는 목걸이 봤지. 너무 이쁘지? 나도 살거다』『류시원이 입은 정장말이야.
내 남자친구도 그런 옷 입었으면 좋겠어』 『김희선이 입는거 봤지, 그거 OO거래』. 아침마다 우리가 나누는 수다는 대개 이런 시끄러운 얘기들로 채워진다.
다음으로 친구문제. 『00가 너 욕하는 것 같더라』『그 애는 너무 말버릇이 없는것 같애』등 여자반이라서 그런지 이런 문제에 훨씬 더 민감하다. 자기 짝이 다른 친구랑 어울리면 질투하고, 슬퍼하고, 편지쓰고, 심지어 싸우기도 한다.
특히「왕따」당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제일 힘들고 괴롭다. 그래서 우린 서로를 의식하며 때로는 믿고 좋아하며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처럼 웃고 떠들다가도 토라져 싸우기도하고 그런다.
나를 비롯한 우리 풋풋한 여고생들의 관심사가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어떻게 보면 하찮고 별 것 아닌 것들에 우리는 웃고 울며 좋아하고 때로는 슬퍼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이야말로 우리 또래만이 누릴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박주연·과천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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