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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인기] '천연재료' 건강식으로...별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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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인기] '천연재료' 건강식으로...별미로...

입력
1999.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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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인계동 갤러리아백화점 맞은 편 먹자골목에는 산사(山寺)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식당이 있다. 지난 해 12월 문을 연 사찰음식 전문점 「솔바람 풍경소리」.전통 벽지와 바닥재로 꾸민 실내장식이며, 투박한 질그릇이나 바리때에 담겨나오는 푸릇푸릇한 음식들이 고즈넉한 선방(禪房)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주메뉴는 연근을 갈아 만든 연근전, 시금치와 치자를 섞어 반죽해낸 삼색냉국수, 버섯누룽지탕수, 더덕튀김, 인삼튀김, 두부김밥 등.

불교에서 금기시하는 육류와 어패류는 물론, 파·마늘·달래·부추·흥거 등 오신채(五辛菜·다섯가지 매운 채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경기 화성군 신흥사의 불자인 여주인은 『천연양념으로만 맛을 내기 때문에 음식 하나, 반찬 하나에 지극한 정성을 들인다』며 『처음엔 싱겁다고 못마땅해하던 손님들도 몇번 입맛을 들인 뒤 단골이 된다』고 전한다.

대중 곁으로 다가온 사찰음식 스님들에겐 입산수도한 날부터 기나긴 수행(修行)과 공양(供養)의 대상인 사찰음식.

고기 한점 없는 자연채식만으로 수행자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다스려온 절간의 음식이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식품, 인공조미료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포교」의 손길을 벌리고 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겐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긴 각종 성인병을 예방·치료하는 건강식으로,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미식가들에겐 별미요리로 다가서고 있다.

산중 비법인 죽염이나 솔잎차, 각종 죽순요리처럼 이미 대중화한 사찰음식이한둘이 아니고 「솔바람 풍경소리」(0331_221_8682)나 서울 인사동의 「산촌」(02_735_0312)같은 전문식당도 성업중이다.

양산 통도사의 두릅무침과 표고밥, 합천 해인사의 상치 불뚝김치와 고수무침, 순천 송광사의 연근물김치와 죽순장아찌, 전북 금산사 돌미나리김치, 여주 신륵사 연꽃밥, 오대산 상원사취나물김치, 수원 용주사의 국화전과 두부소박이…등 유명 사찰마다 손맛의 내력이 깊은 전통음식이 있는데 최근엔 그 음식을 배우려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사찰음식 맛내기 사찰음식의 조리엔 청정(淸淨) 유연(柔軟) 여법(如法)의 3대 원칙이 있다. 인공조미료나 방부제가 섞이지 않은 재료로 맛을 내고(청정), 수행정진에 열중할 수 있도록 짜고 맵지 않아야 하며(유연), 양념을 하더라도 단 것→짠 것→식초→장류 순으로 넣되 채소의 본맛이 사라지지 않도록(여법) 조리해야 한다는 것.

가정에선 다시마나 표고버섯, 민들레잎, 개피열매 껍질, 들깨, 산초 등을 말린 뒤 빻아 가루로 만들어 놓기만 해도 언제든지 사찰음식 만들기에 응용할 수 있다.

사찰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정기 요리강좌를 열고 있는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02_355_5961) 소장 성인(41)스님은 『사찰음식은 역사적으로 우리 음식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기층민의 음식』이라며 『서구식 식탁에 길들여진 요즘 사람들에게 한국 전통의 맛과 건강을 되돌려줄 대안』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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