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부실 비리 수사와 관련해 이정보(李廷甫)·이수휴(李秀烋)전보험감독원장과 홍두표(洪斗杓)전KBS사장 등 거물급 인물들이 잇따라 구속되자 검찰의 부인에도 불구, 정·관계에는 「최순영 리스트」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검찰도 『수사를 하다보면 어떤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다』며 추가 혐의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실제로 지난 2월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이 검찰에 구속된 이후 3개월 가까이 지나서야 비리 혐의자들이 속속 드러나는 것으로 보아 검찰이 이미 상당수 인사의 비리를 확보해 놓고 곶감 빼먹듯 하나씩 처리해 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최회장이 계열사인 ㈜신아원의 반도체 위장수출사건에 연루된 96년5월부터 대한생명 등 신동아그룹 계열사의 부실이 본격화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회장의 정·관계 로비가 이때부터 집중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당과 야당의 중진들이 함께 긴장하는 모습이다.
검찰은 그동안 수감중인 최회장과 대한생명 임원들을 수시로 불러 로비대상이 누구였는지 집중 조사해왔다. 최회장이 정·관계 주요 인사에 대한 로비장소로 활용했던 63빌딩내 양식당 「가버너스 챔버」에서 최회장을 만났던 정·관계 인사 100명 안팎의 명단을 확보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와관련, 국민회의의 동교동계 재선 의원은 『리스트도 있고, 그 가운데 정치인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최회장은 정치권에「배경」을 만드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정태수(鄭泰守)전한보총회장의 경우와는 다르다』면서도 『하지만 신동아그룹이 정치권에 집중로비를 벌인 것은 상식에 속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정의「사각지대」였던 자민련에선 혹시나 내각제 강경파가 타깃이 아니냐는 설이 제기되는 등 추측이 분분하다. 그러나 정치권 등에 대한 사정설에 대해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총장은『사정은 비리가 드러났을 때 하는 것이지 시기를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청와대를 포함한 어느 곳으로부터도 사정이 시작됐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유승우기자 swyoo@hk.co.kr 김상철기자 sckim@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