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근 경찰청 정보국장 박희원(朴喜元)치안감과 홍두표(洪斗杓)한국관광공사사장 등 고위공직자들을 수뢰혐의로 잇따라 구속하는 과정에서 「기상천외」한 뇌물 전달수법이 속속 드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19일 아파트관리 대행업체로부터 2,200만원을 받아 구속된 박치안감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양주」선물을 받고 쇠고랑을 찼다. 아파트 관리업체인 D사 대표 김모씨는 주위에서 눈치채지 못하도록 현금 1,000만원씩 두 뭉치를 나란히 세워놓고 포장, 양주상자처럼 위장해 건넸다. 2억원이 담긴 사과상자와 수천만원이 쌓인 케이크상자가 검찰 수사에서 적발된 적은 있었으나 이번처럼 양주상자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20일 구속된 홍사장은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에게서 100만원권 헌수표로 100장을 받다 발목이 잡혔다. 이 수표는 보험영업소 등에서 수집한 것으로 이미 철저하게 돈세탁이 돼있어 검찰도 수표추적을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헌수표는 지난 93년 슬롯머신 비리사건에서도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당시 박철언(朴哲彦)의원이 슬롯머신업계의 대부인 정덕진(鄭德珍)형제로부터 세무사찰 무마비조로 받은 것으로 알려진 6억원이 모두 헌수표였다. 이 수표 역시 정씨 형제가 전국의 슬롯머신업소에서 거둬들여 검찰이 수표추적에 실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민방 사업자선정과 관련, 업체로부터 1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있는 전 청와대 정책수석비서관 전병민(田炳旼)씨는 업자로부터 차명 예금통장 5~6개를 건네받다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얼마전 병무비리 사건 당시에는 가수 김모씨가 아들의 병역면제를 청탁하며 병무청 직원에게 1,000만원이 입금된 차명통장을 건넨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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