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재선거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공명(公明)」이다. 3·30 재·보선을 비롯, 고질적인 불법·타락선거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당연한 요구다.금권·관권선거에 대한 잘못을 따지자면 여당이 더 컸던 게 사실이어서 야당으로서는 『페어플레이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 만했다. 그래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8일 후보등록 후 『여야 모두 중앙당의 개입으로 혼탁선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각 국회에서는 여야총장이 합의문까지 써가며 공명선거를 다짐했다. 19일에는 한나라당이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했던 현역의원 16명을 전원 해촉했고 20일에는 양당의 일일 선거비용까지 공개됐다.
그런데 돌연 한나라당이 21일 『표를 얻기 위해 중앙당이 할 일은 하겠다』고 태도를 바꾸고 나왔다. 통·반장선거도 아닌데 의원들의 「품앗이」는 당연하지 않느냐는 논리다. 거기다 「법이 허용하고 과열을 부추기지 않는 범위에서」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다.
물론 조용한 선거가 곧 깨끗한 선거로 등치되는 건 아니다. 요란스럽지만 불법·탈법이 없을 수도 있고 차분한 가운데 슬며시 법 테두리를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끌시끌한 선거판은 경험칙상 난장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중앙당 개입을 자제해 선거과열을 방지한다」는 내용을 공명선거 추진 방안의 첫머리에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약속을 번복할 수밖에 없는 한나라당의 전략적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손익계산을 제대로 한 것인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이례적 관심에는 새로운 선거문화에 대한 간절한 기대도 포함돼 있다. /최성욱 정치부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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