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호황을 틈타 기업들이 너도나도 증자에 나서면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증자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도 차질을 빚고 증시도 장기침체에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무리한 증자 실태 20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이미 실시됐거나 실시가 확정된 유상증자규모는 총 126건, 17조7,600억원에 달한다(18일 공시기준). 이 가운데 현대 삼성 LG SK 등 4개 그룹의 비중이 53.7%, 9조5,481억원에 이르고 있다. 자금조달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증자결정 공시는 1∼3월까지는 월평균 10여건에 머물렀으나 주가가 급등한 지난달 43건으로 급증했다. 반면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11일 이후에는 단 3건에 머물러 장기적인 증시전망이나 계획보다는 증시상황이 좋을 때 일시에 증자가 몰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거래소 시장뿐 아니라 코스닥시장에서도 지난달까지 1조460억원의 증자가 이뤄졌으며 5∼6월 두달간 총 2,000억원대의 증자가 추가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처럼 증자가 봇물을 이루면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기업들의 무리한 행태도 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코스닥등록법인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가 335억원의 유상증자 실시를 위해 10일 제출한 유가증권발행신고서에 대해 정정명령을 내렸다.
금감원측은 『신고서에서 이 회사가 「7월중 증권업 영업을 개시하겠다」고 기재하는 등 투자자들을 오도할 우려가 있는 과장, 주관적 표현을 사용했다』고 정정명령이유를 밝혔다.
올해 40조 증자시 주가 42.5%하락 증권업계에서는 현재까지의 추세와 5대그룹의 부채비율인하 목표를 감안할 때 올해 증자액수가 총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연구원에 따르면 시가총액이 200조원수준에서 적정한 증자규모는 15조원. 시가총액의 10%가 초과공급될 경우 주가지수는 1년간
34% 하락하는 것으로 증권연구원은 추정했다. 200조원의 12.5%인 25조원이 초과공급될 경우 주가는 42.5%가 하락한다는 것이다. 장득수(張得洙)신영증권조사부장은 『이처럼 증시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증자가 쏟아질 경우 주가하락은 물론, 증자를 통한 기업의 구조조정도 힘들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대책은 상장사협의회에 설치돼 있던 유상증자 물량조정협의회가 97년 폐지됐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부가 증자물량이나 시기를 조정할 방법이 없다. 한 증시관계자는 『정부가 증자과정을 다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기업들이 증시상황에 순발력있게 대처할 수 있도록 증자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기업들도 장기적인 증시전망과 수급을 고려, 증자시기를 적절히 조절하고 자산매각 외자유치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구조조정을 실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준형기자navi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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