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원시종족이 그렇듯이 아프리카의 통가족도 가혹한 성인의식을 치른다고 한다. 통가 젊은이가 겪는 3개월에 걸친 통과의례는 어른들의 집단태형에서 시작되어 「신비의 광야」에 내던져지게 된다. 그들은 추위와 갈증 속에 야생음식으로 연명하면서 죽음의 공포와 사투를 벌인다. 겨우 살아난 소년도 의식의 비밀을 누설하게 되면 화형을 당한다.■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통가족의 통과의례가 미국 대학의 많은 기숙사에서 치러지는 신입생 환영의식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전문대학생 브로너는 「지옥 주간」동안 해발 1,000㎙의 산속에 버려졌다가 동사했다. 남가주대학의 스완슨은 소의 생간을 억지로 먹다가 질식사했다. 스완슨이 질식사한 후 대학 당국은 「지옥 주간」을 공공 봉사를 하는 「도움 주간」으로 전환하려 했으나 학생들은 이에 반발했다.
■19일 서울대에서 동아리 회장이 된 젊은이가 통과의례로 연못에 던져졌다가 그를 구출하려던 후배 한 명과 함께 익사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전통 처럼 돼 버린 못된 의식으로 인한 인재들의 죽음이 안타깝고, 모두 외아들이라니 더욱 애통하다. 이 연못에는 의식과 장난 등으로 평소에도 하루 2,3명의 학생이 던져진다고 한다. 또 매년 봄 남녀학생들이 각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사발주」를 마시다가 생명을 잃고 있다. 젊은이는 때로 무모해서, 낭만과 「야성」이라 불리는 야만성을 혼동한다.
■아프리카와 미국, 한국은 생존을 위해서는 밀림에서든 문명세계에서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 같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새로운 회원이 통과의례를 거치게 되면, 집단에 대해 훨씬 큰 충성심과 만족도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가혹한 통과의례는 하나의 집단이 살아남기 위한 행위일 뿐, 이성적으로 볼 때는 야만적이다. 이번 비극을 계기로 「사발주」 같은 대학답지 않게 무지한 의식이 「보시기주」 정도로 크게 바뀌었으면 한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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