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붙겠다. 미국을 이기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7월 16일은 2년전 약속이기도 하다』심형래(41)가 월트 디즈니의 「타잔」과 맞대결을 선언했다. 「용가리」를 월트 디즈니의 「타잔」과 같은 날 국내에 개봉하겠다는 것이다. 자신감의 표현이다. 지금은 「티라노의 발톱」이 「주라기 공원」에 무참히 짓밟힌 94년 여름의 그가 아니다. 이번 칸영화제가 새삼 그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13일 스타극장에 마련한 25분짜리 「용가리」상영에는 150여명의 외국영화사들이 몰려 들었다.
반응도 좋았다. 일본의 영화사 관계자들과 NHK리포터는 『비슷한 소재의 「가메라」보다 특수효과나 컴퓨터 그래픽이 앞서 있다』고 인정했다. 프랑스 카날플러스 TV도 17일 오후7시30분 이번 영화제 마켓에 나온 베스트 상업영화중 하나로 「용가리」를 꼽았다.
그 결과 일본 콤스탁이 선뜻 150만달러를 주고 「용가리」를 사갔다. 그것도 런닝로열티다. 흥행이 되면 일정비율(극장은 50%, 비디오는 30%)을 더 받는다. 단일 국가의 한편 수출액으로는 한국영화사상 최고액. 심형래는 『처음 제사한 것보다 3배를 더 받은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독일 헬콘사와 60만달러의 가계약도 취소했다. 5배나 더 주고 사겠다는 영화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메이저의 세계 직배(독일, 일본, 아시아 일부국가 제외)도 2개월 뒤면 확정된다. 두 달은 편집, 음악 등에 관한 조건을 맞추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계약금액이 최소 2,500달러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직배에는 준비중인 「이무기」 「콘돌」의 파이낸싱까지 동시에 이뤄져, 잘하면 이제 심형래의 영화는 한국자본 없이도 제작가능하게 됐다. 칸영화제 나온 작품중 미국 메이저가 직배로 선택하는 경우는 겨우 2%정도.
칸에서 최고의 장소로 꼽히는 리츠 칼튼 호텔 건물 양쪽에는 「용가리」광고탑이 유니버셜의 올 여름 대작 「미이라」와 나란히 서있다. 3대의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도 모두 「용가리」 「이무기」 「콘돌」 대형 포스터가 붙어있다. 현지에서 매일 특별판으로 발행됐던 미국영화잡지 버라이어티, 스크린에도 「용가리」의 소개와 광고는 빠지지 않았다.
심형래는 『결코 헛된 과시가 아니다』라고 했다. 영화시장 활성화를 부르짖는 칸영화제도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 용가리 T셔츠를 입은 심형래가 칸 거리를 걸어가면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외국영화 관계자들이 많다. 5년전 혼자 「파워킹」을 들고 충무로 사람들의 비웃음 속에 처음 칸을 찾은지 5년만이다. 지금도 그의 자신감과 용기를 꺾는 사람은 그들이다.
한국영화 수출보다는 외화 수입을 위해 칸에 온 그들은 한국영화「용가리」를 자랑하기 보다는 『별 거 없잖아』 『할리우드 여름대작을 피하는 게 좋겠다』는 식이다. 그들에게 슬픈 표정을 지으며 심형래는 말한다. 『두달 후 「타잔」과의 싸움에서 그들의 생각을 보기좋게 깰 것이다』
「용가리」부스가 있는 칸 리츠 칼튼 호텔 앞에서 심형래. 일본 NHK는 「용가리」국내 개봉에 맞춰 방영할 특별프로그램을 칸까지 따라 와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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