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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높은 성장율, 낙관은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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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높은 성장율, 낙관은 이르다

입력
1999.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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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4분기에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6%나 증가, 당초 예상을 크게 넘어섰다. 또 4월중 실업자 수와 실업률도 떨어졌다. 성장률등 지표를 보면 IMF체제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등 경기가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등 내수가 크게 늘고, 수출 증가세도 확대되고 있다.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를 뿐 아니라 자칫하면 회복세가 갑자기 꺾이는 위기가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높은 성장률 달성이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을 균형있게 추진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경기부양에 치우친 정책운영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 부담 경감과 중산층 보호등을 명분으로 경제를 실력이상으로 끌고가는 과속을 했다. 그래서 각종 경제지표는 크게 개선됐음에도 국민들이 느끼는 피부경기는 아직 나아지지 않고 있다.

4월중 실업자 수는 줄었지만 농림업 건설업 등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상용근로자는 오히려 감소했다. 경기회복의 따뜻한 기운이 아직 윗목에는 못미치고 있다.

1·4분기 성장에 큰 기여를 한 수출도 문제가 많다. 물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가격기준으로는 감소했다. 수출단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인데, 수출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환율이나 원자재가격의 전망은 결코 낙관적이 아니다. 통상마찰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소비와 투자도 마찬가지다.

민간소비는 아직 전반적으로 과열은 아니라고 하지만, 호화·사치소비가 IMF체제 이전보다 더 늘어나고 올 1·4분기에 해외여행경비도 크게 늘었다. 투자의 경우 자동차 컴퓨터 통신기기등 경기순환에 민감한 부문은 활발했으나 기계류는 부진해 경기 회복세 지속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다.

그러므로 1·4분기 고성장에 들떠서는 안된다. 기술적인 반등 성격이 강한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조업 가동률이 아직 경기 침체기 수준인 70%대에 머물고 있어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하려면 최소한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또 경기가 예상외로 빠르게 회복되면 세수도 늘어나는데, 내년에는 총선이 있어 이 자금이 정치적으로 사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앞으로는 과속이 과열로 치닫지 않도록 제어하면서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 현 경기추세를 보면 브레이크도 액셀러레이터도 밟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금리 환율 재정등의 정책을 신중하게 추진, 속도 조절을 잘해야 한다.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한 불씨가 꺼지거나 너무 빨리 타버리면 다시 불씨를 살리는데 몇배, 몇십 배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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