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탤런트만 하는 게 아니다. 개그맨과 가수, 심지어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고교생까지 연기자로 나섰다. 캐스팅 파괴시대다.31일 첫 방송하는 SBS 일일시트콤 「행진」(극본 신동익, 연출 최성인)은 뜻밖의 인물들을 주연 자리에 앉혔다. 여성개그맨 정성화를 비롯해 「그녀와의 이별」과 「되돌아온 이별」의 톱가수 김현정, 우연히 출연한 오락프로그램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로 단번에 CF스타가 된 고교 3년생 판유걸 등. 정성화는 대학 응원단장, 김현정은 밴드부 가수, 판유걸은 응원단원 역을 맡았다. 드라마가 제대로 될 지 염려스러울 정도다.
「행진」 뿐만이 아니다. SBS 월·화드라마 「은실이」에는 개그맨 이재포와 가수 김창완이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포는 24일 첫 방송하는 SBS 아침드라마 「그녀의 선택」에서도 3류 연기자의 매니저로 나올 예정. MC로 맹활약중인 개그맨 이영자는 KBS 2TV 시트콤 「어사출두」에서 기생집 춘몽각의 대모로 출연중.
캐스팅 파괴에 대한 방송계 시각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먼저 스타급 비연기자를 캐스팅함으로써 시청자 눈길을 끌려는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지적. 지난 해 우리 말도 제대로 못하는 전기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을 주연으로 삼았던 KBS 2TV 드라마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대표적 예. 이 드라마는 완성도와 시청률 면에서 모두 실패했다.
이에 대해 이들의 출연이 드라마의 신선도와 재미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행진」 제작팀은 『캐스팅은 등장인물의 성격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 연기자, 비연기자 구분은 무의미하다. 비연기자의 연기력 부족 부분은 노련한 중견 연기자들이 보완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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