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장관이 바뀐다는 소식을 최근 우리신문들은 크게 보도했었다. 물러나는 로버트 루빈장관에 대해서는 『미국의 장기호황을 가져온 미국 역사상 가장 유능한 재무장관이었으며,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확고히 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로렌스 서머스장관 내정자는 부모측 양가가 모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명문가 출신으로 경험이 풍부하다고 언론들은 썼다.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미국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 이름 정도가 익숙했고, 재무장관 교체를 이처럼 크게 보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그것은 우리가 IMF체제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고, 또 그만큼 세계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재무장관이 누가 되느냐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뉴스가 된 것이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행동은 전 세계인의 주목 대상이다. 경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뉴욕 증시의 움직임이나 금리 수준 결정은 우리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서머스의 등장을 보면서 부러운 것은 그가 「준비된 장관」이라는 점이다. 그는 재무부 부장관으로서 지난 6년간 국내외 경제문제에 관해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 클린턴대통령과 루빈은 이미 수개월전부터 서머스가 재무장관직을 이어 받도록 준비를 시켜왔다고 미국 언론들은 밝혔다. 루빈은 그동안 『후임에는 서머스가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월가와 증시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본인은 장관준비를 했고, 주변에서는 적극 도와줬다.
■김대중대통령은 곧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어느 부는 어느 당 몫이라며 여러 사람들이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강력한 대통령제하에서 장관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장관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은 너무나 많다.
그래서 장관은 때묻지 않고 참신하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그 분야에서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 나눠먹기나 논공행상은 결국 국민에게 손해를 끼치게 된다. 우리도 이제는 「준비된 장관」을 보고 싶다.
/이상호 논설위원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