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 명소이자 가족휴식공간으로 자리잡은 「애니골」(일명 신백마촌)이 퇴폐유흥지역으로 탈바꿈할 위기에 처했다. 고양시와 의회가 준농림지에 소위 「러브호텔」 등 숙박시설 신축을 허용하는 내용의 조례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시의회가 27일 본회의에서 조례안을 통과시키면 곧바로 시행할 방침이어서 애니골이 「모텔숲」으로 변할 날이 얼마남지 않은 것이다.애니골은 80년대 젊은이들의 추억과 낭만의 장소로 각광받던 경의선 백마역 주변 「백마촌」이 일산신도시 개발로 현재의 풍동 자리로 옮겨 재탄생한 곳.
최근 1.2㎞ 구간에 50여개의 카페 음식점 민속주점 골프연습장 테니스장 등이 들어서면서 옛 명성을 되찾아 주말이면 가족단위의 자동차 행렬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수도권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5월에는 경기도 관광자원화 사업으로 지원되는 「테마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애니골의 사업전망이 좋아지자 모텔건립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인식됐고, 일부 상가번영회 관계자와 시의원들이 조례제정을 추진하게 된 것으로 알져지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 숙박시설이 들어서면 지금의 가족단위 휴식공간은 외지인들의 러브호텔촌으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
고양시는 조례가 제정되더라도 주민대표와 도시·환경전문가 등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 주민정서와 경관훼손등을 고려해 숙박시설 허용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나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여성민우회고양지부 김인숙 회장은 『애니골에 숙박시설이 들어서면 가족단위로 갈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 오히려 번영회쪽에 손해가 가고 고양시의 이미지도 크게 나빠질 것』이라며 『시민단체들과 연계해 27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도시건설위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