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둑의 세계평정이냐, 대륙바둑의 명예회복이냐.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 열리는 제1회 중국 춘란배 4강전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이창호9단을 정점으로 한 한국바둑이 중국이 주최한 최초의 국제대회를 싹쓸이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희망」 창하오8단이 대륙의 자존심을 지켜줄 것인가로 요약된다.
전자·기계류를 주력으로 하는 중국의 신흥재벌 춘란그룹이 지난 해 12월 창설한 춘란배는 우승 15만달러(약 1억8,000만원) 등 총상금 50만달러(약 6억원)가 걸린 국제기전. 우리나라의 삼성화재배와 LG배, 일본의 후지쓰배에 이어 일약 「세계 빅4」로 떠오른 대회다.
그러나 4강중 세자리를 한국기사가 차지하는 바람에 원년 대회부터 「남의 잔치」가 될 판이다. 4강전은 이미 알려진대로 이창호9단대 최명훈6단, 조훈현9단대 창하오의 대결. 간판스타인 네웨이핑과 마샤오춘 9단이 16강전에서 일찌감치 탈락하는 등 개최국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닌 중국은 「마지막 잎새」 창하오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지난달 초 벌어진 제12회 후지쓰배서 4명이나 8강에 진출시켜 의기양양했던 일본은 전멸의 수모를 당했다.
조9단대 창하오의 대결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호각지세라는 것이 바둑계의 중론. 역대전적은 2승1패로 조9단이 앞서고 있지만 「중국의 이창호」로 불리는 창하오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8강전서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9단을 반집승으로 따돌리고 올라온 창하오는 최근 3년동안 중국 랭킹 1위를 지키고 있을만큼 기력이 정점에 올라 있다. 11일 막을 내린 중·일 천원(天元)전에서도 일본 천원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을 2승1패로 누르고 「통합천원」에 등극한 그는 체력과 패기를 앞세워 노련미의 조9단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갑내기인 이창호와 최명훈의 대결에선 최6단이 이9단의 벽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 지난해 전적도 7승1패로 이9단이 단연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인들의 관심은 이미 「이9단의 신기록」수립 여부에 쏠려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이9단은 제9회 동양증권배→제 11회 후지쓰배→제3회 삼성화재배→제3회 LG배에 이어 98년에 개최된 5대 국제대회를 모두 싹쓸이하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8강전서 역대전적 1승6패로 뒤지고 있던 일본의 「천적」 요다 노리모토 9단을 제압, 악몽처럼 쫓아다니던 「요다 징크스」에서도 벗어난 이9단으로선 4강전을 맞는 기분이 상쾌하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이9단은 91년이후 국제대회 결승전에 10번 진출해 모두 패권을 자치하는 등 「결승불패」행진을 이어오고 있다』며 『기록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결승에 선착한다면 이9단의 우승은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한편 4강전은 당일 오전10시부터 바둑TV(채널 46)와 인터넷통신 채널아이(www.channeli.net)를 통해 실시간 중계된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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