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겨운 대학축제 분위기와 그릇된 동아리 문화가 대학생 2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19일 0시 30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교내 연못인 자하연에서 이 대학 모 동아리 회장 신왕수(申王秀·19·섬유고분자공학부 2)군과 같은 동아리 회원 강민구(姜民九·19·응용화학부 1)군이 물에 빠져 숨졌다.
이날 사고는 숨진 강군과 이모(19)군 등 동아리 회원 4명이 지난 3월 동아리 회장에 당선된 신군을 동아리 전통에 따라 자하연 연못에 던져 일어났다.
술에 취한 신군은 18일 내린 비로 수심 2㎙로 불어난 연못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숨졌으며, 강군 등 동료들은 신군을 구하기 위해 연못에 뒤따라 뛰어들었다가 강군은 물에 빠져 숨지고 나머지 3명은 다행히 물에서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다.
이들은 18일 오후 8시께 학생회관 3층 동아리방에서 회원 20여명과 함께 17일부터 시작된 봄철 대학축제기간을 맞아 「동아리의 밤」행사를 열며 술자리를 벌였다. 술자리에서 학생들은 소주 15병 정도를 나눠 마셨으며 새로 당선된 동아리 회장을 연못에 빠뜨리는 동아리 전통에 따라 1학년 학생 4명이 신군을 연못으로 데려가 신군의 팔다리를 붙잡고 연못에 던졌다.
서울대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자하연은 서울대생이면 졸업할 때까지 한번쯤은 빠져볼 정도로 학생들의 치기어린 행동이 잦았던 곳이며, 18일에만 생일을 맞거나 술에 취한 남녀 학생 20여명이 친구들에 의해 이곳에 빠졌다. 평소 자하연의 수심은 1.5㎙정도여서 그동안 인명사고는 없었다.
신군의 아버지(53·전남 고흥군 점암면)는 『어버이날 일부러 고향에 다녀갈 정도로 효심이 깊었다』며『사람을 죽이면서까지 동아리 활동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숨진 신군과 강군은 모두 외아들이었다.
경찰은 이군 등 3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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