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다섯 조항의 탄핵안이 국가두마(하원)에서 부결돼 공산당이 중심이 된 반대세력이 패배했다. 또 세르게이 스테파신 새총리 지명자 인준안이 19일 하원 1차 심의에서 통과됐다.내무장관 출신인 스테파신은 옐친의 충복으로 권력과 인기도가 상승한 프리마코프총리를 해임하기 앞서 사전 포석으로 제1부총리로 발탁된 인물이다. 사실 하원에서 옐친 탄핵안이 부결되기 전까지만 하여도 스테파신의 인준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으나, 탄핵안 부결로 스테파신의 인준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왔다.
의회의 인준으로 스테파신 정부는 세수 증대, 금융제도의 정상화, 국내산업의 지원, 지역경제의 균등 발전, 개인투자의 권장, 지하경제 활성화 등의 숙제를 떠안게 됐다. 또 프리마코프 정권이 추진하던 IMF 차관 45억달러를 받기 위해 IMF가 요구한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해야 한다.
옐친의 탄핵안 부결과 새총리 인준에 대해 서방 진영은 환영을 표시하면서 러시아 국내정치의 혼미상태 해결과 조속한 경제 회생, 코소보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조정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숨을 돌린 옐친은 오는 12월 하원선거에서 친 옐친계열이 어느 정도 의석을 차지할 것인가와 내년 6월 대통령선거에서 그가 미는 후보의 당선을 확보하는 과제에 눈을 돌리게 됐다.
이같은 과제는 옐친 퇴임후 그의 안전 보장 문제와 연결된다. 이때문에 이번 스테파신의 총리 인준안이 하원에서 부결될 경우 옐친이 의회 해산과 조기 선거 등 강경책을 쓸 것으로 우려됐었다.
러시아 대통령은 총리 지명자 인준이 세번 부결되면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이같은 막강한 권한은 12월 총선을 앞둔 하원의원들에게 적잖은 부담을 안겨줬던 것도 사실이다.
러시아의 여러 정치인과 정치분석가들은 옐친이 내년 6월 임기까지 대통령으로 있는 한 러시아의 정치는 불안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옐친이 건강문제와 각종 기행으로 인기가 땅에 떨어졌고 정치적으로 점차 고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옐친에 대해 건강 악화 등으로 권력이 불안하고 러시아를 침체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온세계는 옐친이 의회의 반대와 러시아의 정치 혼돈, 경제위기 등 어려운 과제를 남은 임기동안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주시하고 있다. 옐친은 남은 임기를 헌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해 나가는 정도(正道)를 따르는 것이 퇴임후 자신과 가족의 신변안전을 위해서도, 러시아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최종기 서울대명예교수·한국국제관계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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