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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치는 내부자거래] 증권거래법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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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치는 내부자거래] 증권거래법 '허술'

입력
1999.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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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 발표가 있으면 그 종목은 당장 팔아라」 이같은 아이러니가 증권가에선 정설로 통한다. 공시 등을 통해 공식 발표가 되기전 이미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내부거래가 이뤄져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이야기다.이처럼 최근의 주식열기를 이용한 불법적 내부자거래가 판을 치고 있다.

내부자거래의 대표주자는 단연 상장사의 오너나 대주주 혹은 간부들이다. 신기술개발이 어느 정도 성사 단계에 들어섰거나 유무상증자, 액면분할, 외자유치 등의 발표가 있으면 어김없이 친인척이나 친구의 차명계좌 등을 통해 주식을 사들인뒤 주가가 오를대로 오르면 내다판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로인해 증권가에선 『모기업 오너는 한달사이 수백억원의 시세차액을 챙겼다』는 종류의 「횡재담」이 난무한다.

실제로 화학회사인 T사나 S사등은 지난해 오너가 직접 주가조작에 관여해 적발됐으며 주당 1만2,000원이었던 D화학은 액면분할과 외자유치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식발표가 있기도전에 한두달사이 주가가 3배나 뛰었다.

심지어 부도가 나기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몽땅 팔아치우거나 유무상증자로 일반인들의 돈을 끌어모은 뒤 곧바로 부도를 내는 등 부도덕한 업자들도 한둘이 아니다.

이러한 내부자거래 과정에는 증권사 직원들이 끼여드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한 계좌에서 주식을 대량 매수하거나 매도할 경우 당국에 적발되기 때문에 수십개 지점으로 분산해 매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투자자들에 비해 정보접근력이 좋은 정보 관료들사이에서도 내부거래가 횡행한다. 증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리인하나 증시부양대책, 합병이나 인수 등 정부의 정책이나 방침이 결정되면 발표가 되기도전 재경부나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산업자원부 등 관료들 사이엔 『어떤 종목을 사야한다』는 등 주식이야기가 화제가 된다. 재경부의 한 직원은 『올들어 금리인하 정책 수립등의 과정에서 모간부는 사전에 그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해서 수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주식시장이 왜곡된 경쟁으로 변질돼 있는 셈이며 결국 그 피해는 자본이나 정보력에서 뒤진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공식발표만 믿거나 뒤늦게 얻은 정보로 오를대로 오른 상태에서 주식을 사는 경우가 많아 피해만 보고 빠져나오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불공정한 주식시장은 내부자거래를 규제하고 있는 증권거래법 자체가 애매모호한데다 너무 포괄적이어서 내부자거래를 색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올들어 내부자거래나 시세조작 등으로 적발된 경우도 단 7건만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전문가들은 『법자체의 구체성이 떨어져 내부자거래를 적발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획득자에 대한 관리·감독과 추적 등을 조직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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