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책시장에 대전쟁이 벌어졌다. 할인율도 파격적이고, 시한도 정해지지 않았다. 「출혈 경쟁」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시장주도권과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라 누구도 양보하지 않을 기세다.책값 전쟁의 발단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17일부터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의 책값을 50% 인하한 것. 아마존은 발표 즉시 하드 커버 베스트셀러 전부와 페이퍼 백 베스트셀러 대부분 등 50여권의 가격표를 바꿔 달았다. 아마존은 심지어 책값 인하 발표 직전에 이들 책을 구입한 독자들에게는 차액을 환불해 주기로 했다.
아마존의 이같은 할인 전략을 일종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인 미국내 제 1, 2위의 대형 서점 체인인 「반스 앤 노블」과 「보더스」는 발끈했다. 아마존의 발표가 나온 뒤 몇 시간만에 이들이 자회사로 설립한 인터넷 서점 반스 앤 노블 콤(Barnesandnoble.com)과 보더스 콤(Borders.com)은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68권 전부를 50% 할인해주기로 했다. 아마존보다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미국의 출판사들이 서점에 넘기는 책값이 통상 정가의 5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0%를 할인해줄 경우 포장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셈. 아마존을 비롯해 3대 인터넷 서점 모두 출혈경쟁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책값 전쟁을 벌이는 목적은 다분히 감정적이다. 여기에다 인터넷 서점으로서는 선두주자인 아마존의 위기의식도 작용했단는 분석이다.
반스 앤 노블이 아마존을 겨냥, 작년말 출범시킨 인터넷 서점 반스 앤 노블 콤이 다음주 기업을 공개, 나스닥 시장에 상장되기 때문이다. 반스 앤 노블 콤이 기업공개를 앞두고 로드쇼를 벌이는 이번주에 책값 전쟁에 불을 붙인 것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책값 전쟁의 여파로 17일 미국 주식시장에서 아마존의 주가는 한때 전날보다 10달러이상 하락한 121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끝날 때는 오히려 전날보다 5달러나 오른 137달러에 마감됐다. 설립한 지 3년여밖에 안된 아마존이 이제 반스 앤 노블과 같은 대형 서점을 상대로 선제 공격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는 점이 주가에 반영된 셈이다.
박정태기자 jt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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