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의 해 맞이 캠페인 '함께하는 주거환경 아름다운 우리마을' -삭막하다. 회색 콘크리트 공간에 갇혀 숨 한 번 제대로 쉴 수 없는 도시. 벗어나 보려고 때때로 발버둥쳐 보지만 안식할 곳이 없다.
병영막사 같은 아파트. 도시거주자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아파트는 날이 갈수록 삶의 질과는 거리가 먼 공간이 되고 있다. 한정된 땅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방을 만들려는 건설사들의 욕심 속에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는 고층 빌딩군.
그렇다고 단독주택이 인간다운 삶의 공간인가? 단독주택에도 차가운 기운이 도는 건 마찬가지다. 붙박이로 한 동네에 사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피차 따뜻한 마음을 나눌 필요가 없다고들 생각한다. 떠돌이에게 지역의 환경오염 문제는 더이상 관심거리가 아니다. 「나와, 내 집과 상관없는 것」들만 있고 「우리, 우리 마을」은 없다.
거리를 활보해도 현기증이 난다. 간판, 쓰레기, 폐기물, 자동차, 표지판, 소음, 먼지…. 기능만 강조된, 그것도 단조롭고 획일화한 것들. 골목길의 정겨운 풍경은 사라져가고 흙은 콘크리트로 덮여 숨을 쉬지 못한다.
이 삭막한 삶의 공간에서 과연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우리의 정체성과 개성을 지키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김복수(金福守) 한국여성건축가협회 회장. 『회색 도시를 녹색 도시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내집 앞 쓸기에서부터 아파트 발코니에 화분 하나 내다 놓기, 담장 없애기 같은 작은 행동 하나가 우리의 죽어가는 환경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뒷 담 헐듯 우리도 우리가 사는 마을의 높은 담장을 모두 허물고 향나무 사철나무 쥐똥나무 등 생나무 울타리로 바꿀 수 있다면.
·안양의 한 시민운동 단체가 벌였던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운동처럼 동네를 알고 가꾸기 운동을 펼쳐 이웃에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다면.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이웃끼리, 주부들끼리 모여 동네 공동주거 환경 개선 활동을 시작해 본다면.
·노점상과 불법 주차 차량, 갖가지 야적물들로 점령된 우리의 골목길을 다시 찾을 수만 있다면.
·이 모든 노력이 합쳐져 오랫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채 살아왔던 마을공동체 의 공간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나아가 이제까지 삭막한 삶의 공간에서 우리가 키워왔던 살벌한 욕심들을 모두 포기할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회색의 도시도, 단절의 주거공간도 살아 숨쉬는 녹색의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 평생 살고 싶은 마을로, 떠돌이의 삶을 붙박이의 삶으로 바꿀 수 있는 삶의 공간으로.
한국일보는 건축의 해를 맞아 주거환경 개선과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여성건축가협회와 공동으로 내가, 우리가, 그리고 지자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매주 수요일 시리즈로 연재한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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