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명감독들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신·구 명문구단을 대표하는 수원삼성의 김호(55)감독과 부산대우의 이차만(49)감독이 대한화재컵 결승 1차전(19일 오후 7시·수원)에서 사투를 벌이게 된 것.국가대표출신에 국가대표감독까지,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김호감독과 이차만감독. 축구선수로나 지도자로서나 서로 지고 싶지 않은 두감독이지만 어차피 23일이면 두감독의 운명은 하늘과 땅차이다. 바로 그것이 승부의 세계이기때문.
프로에서는 선배격인 이차만감독은 97시즌 부산대우를 전관왕으로 이끌며 제 2의 전성기를 연 주인공. 하지만 이차만감독은 요즘 「축구공은 둥글다」라는 격언에 푹 빠져있다. 천신만고끝에 결승까지 올라왔지만 정상일보직전에서 되돌아본 자기 몸은 상처투성이이기때문.
한마디로 최악의 상황이다. 공격진의 마니치와 안정환이 퇴장으로 출장하지 못하는 처지인데다 허리를 맡고 있는 이장관과 정재권도 부상으로 출장이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차만감독이 믿고 있는 것은 역대 최고의 명문구단이라는 자존심. 83년창단이후 쌓은 노하우와 잘 정돈된 조직력을 바탕으로 패권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이차만감독은 창단이래 최대의 위기상황을 맞아 4-3-3시스템을 4-4-2로 바꿀 정도로 다급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며 최고 명문구단의 전통이 어디가겠느냐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삼성의 김호감독은 지난해 창단 3년만에 정규리그 패권을 차지하며 삼성을 신흥명문구단으로 발돋움시킨 주인공이다. 서정원 박건하 고종수 신홍기 이기형 등 국가대표팀에 버금가는 전력을 보유했다는 주변의 평가에도 내심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루마니아 용병 올리가 부상으로 결장, 중앙수비가 불안하긴 하지만 이변이 없는한 우승을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성격인 김호감독으로서는 선수들을 다독이며 「만사 불여튼튼」을 강조하고 있다.
어차피 승패는 가려지기 마련이지만 과연 누가 마지막에 웃고 웃을지 벌써부터 주목되고 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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