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현역 최고의 홈런타자인가』. 이렇게만 묻는다면 답은 간단하다. 『삼성의 이승엽』.그렇다면 『누가 역대 최고의 홈런타자인가』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까. 16일 장종훈(한화)이 이만수의 개인통산 최다홈런기록(252개)과 타이를 이루고,「신세대 슬러거」이승엽이 무서운 기세로 홈런을 쏘아대고 있는 요즘, 새삼 제기되는 물음이다.
김봉연 이만수 김성한 그리고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중인 장종훈까지. 82년 한국프로야구가 문을 연이래 홈런사를 나날이 고쳐 써온 휘황찬란한 거포계보는 선뜻 누구를 지목하기 힘들게 한다.
그 중에서도 1세대 대표거포 이만수 2세대 장종훈 그리고 지금의 이승엽 중에서 누가 최고의 홈런타자인가를 묻는다면 누구를 지목할까. 그들은 모두 당대 최고였고 하나같이 폭발적인 홈런포로 그 시대 야구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간 주인공이었다.
프로1호 홈런기록의 주인공 이만수는 16년간의 현역생활을 통해 5.75게임당 1개꼴로 아치를 그려냈다. 그동안 개인통산 최다인 252개의 홈런기록도 그만의 것이었다. 프로13년차 장종훈은 5.36게임당 1개꼴로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이에 비해 이승엽은 18일 현재 531게임에 출장해 109개의 홈런을 기록, 4.87경기당 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승엽의 홈런포 빈도가 두 선배들에 비해 잦은 셈이다. 그러나 단순 수치비교는 무리다. 한창 상승곡선을 타는 이승엽과 하향·상향곡선을 모두 그려온 이만수 장종훈의 홈런포를 통계로만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수력의 차이도 문제다. 초창기와 80년대, 그리고 90년대의 투수력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구속의 차이나 구질의 다양성에서 현재의 투수력이 초창기에 비해 좋아졌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는가하면 총력 투입 체제의 초창기가 선발 중간 마무리로 나눠져있는 지금보다 타자들에게 더 힘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애당초 똑 떨어진 결론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을 옆에서 지켜본 야구인들의 평가가 의미가 있다. 우용득롯데코치는 『이승엽이 낫다』고 단언한다. 『두 선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점이 적은 타격자세』를 그 이유로 든다.
파워위주의 선배들보다 이승엽의 타격이 더 정교하다는 것이다. 김봉연 해태코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홈런포』라며 이승엽의 손을 들어준다.
백인천 전삼성감독도 『세 선수 모두 노력하는 선수들』이라며 『백짓장 차이지만 이승엽이 배팅자질에서 앞선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승엽이 천부적 재질을 타고난 타자』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이승엽으로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아직 그는 장종훈이 넘어섰던 「40 홈런」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 선배들이 10여년 이상 「성실한 자기관리」의 땀방울을 흘려온데 비해 이승엽은 아직 5년차 햇병아리다.
분명한 것은 올 시즌이 이승엽에게 출발점이란 사실이다. 올시즌 성적이 이승엽이 비로소 이만수와 장종훈을 넘어서 「역대 최고의 거포」라는 명함을 달수 있을지 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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