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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전막후] 통큰소리로 우리연극 지키는 두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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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전막후] 통큰소리로 우리연극 지키는 두남녀

입력
1999.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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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풍의 처' 연출 오태석, 주연 황정민 -『영감, 우리가 이러고 다시 만났으니, 아들 낳고 딸 낳고 한 평생 살아 봅시다』 황정민(31)은 이 대사가 제일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러나 오태석(59)씨는 다르다. 『나도 눕고 님도 눕고 저 등잔불 누가 끌꼬…』 우리말 특유의 4·4조 운율이 멋스럽게 살아 있지 않느냐는 것.

「춘풍의 처」의 두 주인공. 오씨는 작·연출자, 황정민은 서양말로 하자면 타이틀 롤이다. 제 7대 춘풍의 처. 76년 창고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안숙선 최형인 등 굵직한 이들이 한 번씩 거쳐갔던 화제작이다. 황정민이 이 빛나는 역에 올라 타기까지, 그는 내심 속앓이를 했다.

『뭐, 저런 게 다 왔어』 몸담고 있던 극단을 나와 94년 2월 모교인 서울예전 송혜숙 교수의 추천으로 용기를 내 오씨를 찾았을 때, 그를 맞은 것은 이처럼 느닷없는 지청구였다.

괜히 심술을 부려 본 오씨. 황정민은 그러나 대연출가 만나 스타가 돼 보겠다는 게 아니었다. 남의 옷 빌려 입은 것만 같은 서양 연극은 더 이상 하기 싫었던 것.

오씨는 대본을 읽혀 보았다. 여느 여자 연기자 마냥 웅웅 울리는 쎈소리(소프라노)가 아니었다. 그의 글은 우리 말이 돼 술술 나왔다. 입단 이후 「백마강 달밤에」 「로미오와 줄리엣」등 오씨의 작품을 하다 보니 목소리는 영락없이 마을 아낙을 닮아갔다. 『편안하고 통 큰 소리』라고 오씨는 말한다.

일곱살 적부터 동네 학원에서 익혀 온 고전무용에다, 김소희류의 판소리와 풍물 연주로 그의 심성은 이미 한국화 돼 있었다. 『롱다리로 사람들의 미의식이 획일화해 가는 요즘이지만, 나는 나의 개성적 삶을 추구하고 싶었죠』

94년 예술의전당 오태석연극제의 「도라지」에서 여주인공 민비역으로 일약 주목 받은 그는 지난 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연기상을 탔다.

앞으로 「부자유친」 「코소보, 그리고 유랑」 등 오태석 연극제의 주요 역으로 계속 나온다. 「춘풍의 처」는 10월 3일까지, 화~금 오후 7시30분, 토 4시30분, 일 3·6시, 월 쉼. 극장 아룽구지. (02)745_3966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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