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재를 올릴 때 스님들이 부르는 노래를 범패(梵唄)라 한다. 범패는 판소리·가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전통 성악곡의 3대 장르로 꼽히는 중요한 유산. 그러나 스님들의 소리이다 보니 일반인에겐 낯설다.범패 연구자인 법현 스님(동국대 국악과 교수)은 이 귀한 음악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0년까지 범패 전곡을 음반화하는 큰 일을 시작했다. 다 내면 80장쯤 될 방대한 작업.
우선 1집 「산사의 향기」, 2집 「무지개 소리」를 아세아레코드에서 CD와 테이프로 1,000장씩 만들어 14일 시중에 풀었다.
내친 김에 인터넷에 불교음악 둥지(http://pompae.or.kr)를 틀고 문서·음악·동영상 등 많은 자료를 한글·영어·일어·중국어로 올려놨다. 범패 전곡 음반이나 인터넷 소개는 아무도 한 적이 없는 작업이다.
법현 스님은 『범패 인간문화재는 지금 송암·벽응·일응 세 스님이 계시지만 모두 여든을 넘겼다. 돌아가시기 전에 그 분들의 음악을 남겨야 한다. 불교음악은 우리 전통음악의 뿌리라는 점에서 범패 정리는 종교를 떠나 누군가 진작 했어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현재 범패 연구자는 법현 스님 뿐이다. 70년대 음악학자 한만영이 있었지만 목사로 변신한 뒤 손을 뗐다.
매년 단오날 서울 봉원사에 가면 범패를 들을 수 있다. 봉원사는 중요무형문화재 50호 영산재를 보존하고 있는 사찰. 영산재는 절에서 올리는 여러 재 중에도 가장 규모가 커서 예전에는 사흘 낮밤으로 했다.
마당에 부처님 그림을 내걸고는 오색 깃발과 종이꽃 등으로 치장하고 불단을 꾸민 다음 의식을 베푼다. 스님들은 범패를 하고 나비춤 바라춤 승무 등을 춘다. 화려하고 장엄해서 아주 볼 만한 구경거리다. 법현 스님은 아홉살 때 이 절에서 출가, 범패 인간문화재 송암 스님한테 범패를 배웠다.
범패는 장단과 화성이 없는 단선율 음악이다. 노랫말은 한문 또는 진언으로 된 짧은 문장이고 소리를 느릿느릿 길게 끈다. 세속음악의 단 맛은 쏙 빠진 수행음악이다. 입으로 소리를 하고 몸으로 춤을 추고 마음으로 부처님 말씀을 생각한다.
반주에는 주로 징 북 꽹과리 등 타악기가 쓰이지만 규모가 더 커지면 관악기와 현악기를 합친 삼현육각 편성을 취한다. 느린 음악이 대부분이지만 어깨춤이 절로 나게 흥겨운 것도 있다. 대중이 즐거워야 부처도 즐겁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산재 끄트머리는 스님과 구경꾼들이 한데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며 한바탕 노는 것이다.
이번 음반과 인터넷 작업이 하도 힘들어서 준비하다가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는 법현 스님. 그러나 그의 불교음악 정리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음반과 인터넷 말고도 채보·악보화, 불교무용음악의 무보 정리, 불교음악과 의식의 현대화 및 무대화, 외국과의 비교연구 등 할 일을 태산같이 잡아놨다.
/오미환기자 mh0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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