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킹 메이커」 제임스 카빌(55)이 다시 한번 명성을 입증했다.92년 미 대선 때 민주당 빌 클린턴 진영에 선거참모로 참여, 무명의 클린턴을 백악관에 입성시켰던 선거운동 전문가 카빌은 이스라엘 선거에서 에후드 바락 후보의 총리 당선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
92년 대선 때 경제에 약한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를 비꼬아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라는 유명한 구호를 창안했던 그는 이번엔 벤야민 네탄야후 현직 총리에 대한 염증을 겨냥해 『문제는 변화다』라는 구호를 만들어 냈다.
카빌은 특유의 약점 때리기와 기민한 대응으로 어눌한 바락을 세련된 정치인으로 변모시켰다. 선거기간중 남부 레바논 포격전에서 이스라엘군 희생자가 나오자 그는 재빨리 바락에게 『1년내로 레바논에서 철군하겠다』고 선언하도록 했다.
『상대에게 얻어맞지 않으려면 먼저 주먹으로 면상을 후려 갈겨야 한다』는 공격형 캠페인과 썰렁한 대머리 외모로 그는 반대 진영에는 공포의 존재로 통한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그의 집요함은 부시의 선거참모였던 메리 매틀린의 마음을 사로잡아 결혼해 버린데서도 잘 드러난다.
고교 시절부터 주지사 선거운동 자원봉사로 선거판에 몸을 담은 카빌은 86년 펜실베니아 주지사 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열세이던 후보의 대역전극을 연출해왔다. 카빌은 자신을 『홍등가의 악사』라고 부른다. 밑바닥 민심을 잘 알고 선거전에 반영한다는 뜻이다.
92년 미 대선에서 클린턴이 혼외정사 문제로 최대 위기에 몰렸을 때 그는 클린턴과 힐러리를 TV에 함께 출연시키는 정면돌파로 위기를 넘기게 했다. 또 그리스 남미 등 외국의 선거에도 자주 얼굴을 내밀었다.
백악관은 카빌의 바락 캠프 참여는 클린턴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때도 비밀리에 조언을 하는 등 클린턴의 최측근이기 때문에 바락 지지자들은 클린턴이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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