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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칸에서 본 한국영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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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칸에서 본 한국영화인들

입력
1999.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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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이면, 충무로는 텅 빈다. 『모두 어디갔느냐』고 물으면 『칸에 갔다』고들 말한다. 올해도 100명이 넘는 대기업과 중소영화업자, 제작자, 감독, 심지어 극장 홍보관계자들까지 칸을 찾았다.단편부문 경쟁에 참가하는 네 명의 감독, 「용가리」의 심형래, 「미술관옆 동물원」 등을 팔기 위해 부스를 차린 미로비전을 빼면 목적은 하나다. 외국영화를 사기 위한 것. 수년째 반복이다. 그들은 어떤 영화를 살까, 입도선매한 작품이 과연 만들어졌나, 극장에 걸만한가, 어떻게 과대포장할까를 생각하며 영화를 보고, 부스를 기웃거린다.

영화제의 의미와 가치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 영화가 장편경쟁에 아직 한 번도 못 올라가고, 외국영화사들에게 「봉」으로 인식돼도 상관없다. 먼저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잘 「찍어」사는 것이 지상의 과제다.

그들이 이번 칸 영화제에서 한숨만 쉬고 있다. 할리우드가 외면한 이번 영화제는 상업성 보다는 예술성이나 독창성(유럽), 환상과 오락보다는 현실비판을 담은 강한 리얼리즘 계열의 가족영화(아시아, 중남미)가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누구 탓인가. 「돈」만 생각해 예술보다는 값싼 할리우드 오락물에 집착해 온 그들의 책임이다. 그래놓고도 여전히 그들은 칸에서 값올리기 경쟁을 한다. 수입심의도 불투명한 싱가포르 출신의 에나벨 청의 섹스다큐멘터리 「섹스」를 세 배나 올린 15만달러에 계약했다. 점점 자기 함정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는 영화인들. 칸에서 그들을 보는 일은 유쾌하지 않다.

/칸에서 이대현 문화부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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