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성에 대한 담론이란 여전히 조심스런 대목이다. 건강한 성문화를 위한 공개적인 토론일지라도 진행자와 출연자의 태도와 어휘에 문제가 있으면 단박에 선정성 시비가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송의 무차별성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 선정성 시비에서 도저히 자유로울 수 없는 매체가 바로 TV다.14일 오전 9시 45분 방송된 MBC 「생방송 임성훈 이영자입니다」(연출 조준묵)는 이 조심스런 성에 대한 담론을 너무나 쉽고 가볍게, 그래서 다분히 눈요기식으로 다뤘다. 부부의 성생활을 테마로 잡고 실제 부부의 솔직한 성문제를 들어본 것까지는 좋았다. 『아내가 임신중일 때면 아내가 남편에게 자위행위를 해주라』는 박경식남성클리닉원장의 권고도 그렇다 치자.
결혼 11년째라는 한 남자는 『제가 밝히는 쪽인데』라며 자신을 소개했고, 그의 아내는 『하다 멈춰버리니까 (남편이) 그냥 나가버렸다』고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다음날 아침 비디오를 주고 공부하라고 했다』는 말까지 곁들이면서.
「비디오를 보고 따라해보려다 의심받아서」 「밤이 무섭다」 「만족하지 못하는 아내의 모습」 등 출연자들이 말한 내용은 전국민을 상대하는 방송 용어는 분명히 아니다. 프로그램은 이 정제되지 못한 어휘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허우적대기만 했다.
프로그램 말미에서 다룬 「분위기 깨는 아내의 말과 행동」에 대한 설문조사는 제작진이 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을까 의심이 갈 정도였다. 5위 「피곤해 , 빨리 좀 해라」라고 말할 때, 4위 「소극적인 행위를 취할 때」, 3위 「무표정한 얼굴(만족하지 못하는 아내의 모습)」, 2위 「집안 얘기를 할 때」, 1위 「돈 얘기를 할 때」. 제작진은 과연 이 정보가 부부시청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정성스럽게 차트까지 준비했을까? 혹시 「은밀한 부부 성문제를 공개적으로 토론해 보고 해결책을 제시하자」는 기획 의도가 시청률 제일주의라는 상업적 의도로 포장된 것은 아닐까?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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