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동강(東江)을 다녀왔다. 정선군의 고성리 나루터에서부터 영월댐 예정지인 만지리까지 이틀동안 30여㎞의 강줄기를 래프팅을 타고 내려왔다. 비탈밭에서 소와 함께 쟁기질하는 농부를 볼 수 있었고, 강변 소나무밑 텐트 속에 누우니 여울소리와 뻐꾸기 소리만이 들렸다. 적잖은 사람들이 래프팅과 낚시를 하려고 몰려왔지만 거대한 협곡의 그림자 속에 모두가 흡수되어 버렸다.■동강을 보면 정말 신기하고 신비롭다. 강이 어떻게 이렇게 기묘하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그 많은 물이 어디서 흘러나오는 것인지,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하는 자부심이 생긴다. 환갑기념으로 한국을 찾은 전 주한 공보원장 존 리드씨도 래프팅을 하면서 『한국에 5년동안 살면서 홍도까지 구경했는데 이런 절경은 처음 봤다』고 감탄하는 것을 보면서 동강의 아름다움을 재확인하는 기분이다.
■그러나 100m높이의 댐이 건설되면 모두 물 속에 잠겨버릴 곳이다. 아름다운 강의 모습뿐 아니라 고인돌을 비롯한 신석기시대의 유적들도 다 수몰된다. 다양한 생태계도 파괴되어 버린다. 정부와 환경론자들이 벌이는 지금의 논쟁, 즉 동강댐의 안전성문제는 동강에서 보면 매우 동떨어진 문제처럼 느껴진다. 댐이 안전하다고 해서 이렇게 다양한 자연을 수장시켜도 좋다는 말인가.
■동강 하나 정도는 원시의 상태로 살려 둬야 한다는 사람이 많다. 동강을 환경교육의 현장으로 만들면 어떨까. 동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이 얼마나 값있는 것인지를 일깨워 줄 수 있다. 바로 동강은 풍부한 생태계 등 환경적 가치뿐 아니라 댐건설논쟁으로 파생된 환경보호운동의 역사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동강이 환경교육의 현장으로 활용된다면 훗날 정부도 동강댐건설로 확보될 수자원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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