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군장수들도 감동한 우리 경복궁의 아름다움 -임진왜란 때 서울에 들어온 왜군 장수 오오제키는 경복궁을 보고 이런 기록을 남겼다. 「궁궐은 구름 위에 솟아있고 누대는 찬란한 빛을 발하여 그 아름다운 모습은 진궁(秦宮)의 장려함을 방불케하더라…그토록 용맹한 고니시도 옥좌에 절을 하고 신성하고 고아한 분위기에 휩싸여 두 눈에 눈물이 괴니 소오스시마, 아리마, 오무라도 따라 눈물을 흘렸다」(71쪽).
경복궁은 침략군 장수들을 눈물 흘리게 할 만큼 아름답고 위엄이 있었던가 보다. 그러나 오늘날 경복궁에서 그런 감회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경복궁의 건물은 한때 7,400칸이 넘었지만 지금 남은 건 10%도 안된다.
경복궁 동쪽 문인 동십자각은 좌우 성벽이 몽땅 헐려 길 한복판에 섬처럼 덜렁 나앉았고 정문인 광화문은 콘크리트로 복원돼 군사 독재자가 쓴 편액을 달고 서있다. 일제는 궁궐을 놀이터로 만들고 파괴했으며 해방 후에는 우리 손으로 근대화의 이름 아래 도로를 내고 건물을 짓느라 궁궐을 망가뜨렸다.
궁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지은이 홍순민씨는 서울의 궁궐이 죽었다고 안타까워한다. 옛 모습을 잃은 채 껍데기만 남아 구경거리로 전락했으니 죽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경복궁 창덕궁 경희궁 경운궁(덕수궁) 창경궁 등 서울의 5대 궁궐을 통해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 본다.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본 10년 이상의 답사 경력에 역사적 상상력을 보태 궁궐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다시보게 만든다.
그의 애정어린 시선은 우리가 궁궐에서 건성으로 놓치고 지나쳤던 것들을 돌아보게 한다. 어느 궁궐을 제대로 보려면 어느 길로 걸어가고 어디를 유심히 보라는 유용한 충고도 많다. 청년사 발행. 1만 6,000원.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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