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만해 한 사람을 아는 것이 다른 사람 만 명을 아는 것보다 낫다』(벽초 홍명희), 『우리나라는 사람이 귀한데 꼭 하나와 반이 있다. 그 하나가 만해다』(만공 스님)8월 29일은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생의 탄생 120주기. 불교의 대선사이자 독립운동가이면서 생래의 시인이기도 했던 만해의 120주기를 맞아 그와 관련된 문학작품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일보사가 올해 초 시인·소설가·문학평론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고전_시」에서는 만해의 「님의 침묵」이 1위로 꼽히기도 했다. 만해의 생애와 작품이 새삼 소중하게 되새겨지는 이유, 그것은 어려운 시대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화두는 「이타행」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가 정찬주(56)씨가 발표한 「만행」(민음사 발행)은 만해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 구도소설이다. 정씨는 지난 해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산은 산 물은 물」로 호평을 받은 작가. 「만행」은 두 겹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인 민준의 삶이고, 또 한 겹은 민준이 추적해가는 만해의 일대기다. 민준은 대학교수가 되는 것을 생의 목표로 삼지만 번번이 교수 임용에서 탈락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는 만해의 속가 제자인 지행으로부터 목숨을 구하고 그와의 만남을 통해 만해의 삶과 「오늘 우리에게 만해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추적하게 된다. 유학과 동학에 대한 관심에서 불교에 귀의한 이유, 출가의 사연, 재혼하여 심우장에서 산 사연…. 작가는 이런 구성을 통해 시인이자 독립지사, 고승이면서 저잣거리에서 중생과 술마시고 시 지으며 이타행을 실천한 만해의 모습을 성장소설의 형태로 그려보이고 있다.
미당 서정주(84)가 가려 옮긴 「만해 한용운 한시선」(민음사 발행)도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됐다. 미당은 만해가 남긴 한시 중 74편을 우리말로 옮기고 각 편마다 주석을 달아 시에 얽힌 사연과 의미를 펼쳐보인다. 「눈오는 밤 감옥에서」(원제 설야) 등 만해의 옥중시, 같은 길을 걸은 스님들과의 화답시 등이 미당 특유의 감칠맛나는 우리말로 옮겨졌다. 미당은 후기에서 『만해의 한시는 조선시대 서거정이나 신위의 시의 수준을 잇는 격과 풍미를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그의 한시가 갖는 지조는 우리나라 전한시사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심오한 고봉』이라고 평했다. 하종오기자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