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을 비롯한 5·18의「가해자」들은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화합조치의 중요한 축이다. 그런 만큼 현정권이 5공세력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분명히 있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3일 대구에서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과의 「화해선언」을 하면서 『나에게 사형선고를 언도했던 대통령(전전대통령)과도 이미 화해했다』고 밝혔다. 사실 김대통령은 집권전부터 5공측에 대한 우호적인 조치를 꾸준히 취해왔다. 「전·노사면문제」가 쟁점화됐던 97년 5월 김대통령은 망월동묘역에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용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선(先)사과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대통령은 같은 해 『피해자가 먼저 용서를 한다』는 입장으로 태도를 바꿨고, 집권후인 12월20일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면조치를 주도했다.
현 정권이 「5공」에 거는 기대는 정치적 연대, 또는 선거전략 차원만은 아닌 것 같다. 여권은 전직대통령들이 나란히 동참하는 큰 틀의 지역화합조치를 구상하고 있다.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우호적이고, 적극적인 것은 5공세력이다. 특히 김대통령과는 가해·피해자관계가 극명하다는 점에서 여권은 5·18의 가해자들이 이런 화합조치의 구심력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여권은 5공세력에 대한 우호적 조치들을 장기적 투자로 간주하고 있는 셈이다. 현정권이 최근 잦아진 전전대통령의 지방나들이에 여러가지 편의를 봐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해자들」가운데 권정달(權正達)국민회의의원과 박준병(朴俊炳)자민련의원은 공동여당에 참여하고 있다./유승우기자 sw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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