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가 언론기관?」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옆 세종로공원의 인도변에 설치된 「사헌부 터」표석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선시대 사헌부가 자리했던 장소임을 알리는 표석에 「조선시대 언론을 담당하는 삼사의 하나」로 설명돼 있기 때문이다. 사헌부는 오늘날의 감사원격이고, 지금의 언론기관에 해당하는 것은 사간원인데 좀 이상하다는 게 의문의 포인트.
결론부터 말해 표석의 설명은 잘못된 게 아니다. 「언론」의 개념이 조선시대와 지금이 다르기 때문에 빚어진 오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규율을 관장하는 사헌부는 관리들의 부정을 감찰하고 여론을 수렴, 정책을 비판·견제하는 「정치언론」의 역할을 했다. 연세대 사학과 김준석교수는 『사헌부는 정부내에서 정치의 득실이나 관인들의 잘잘못을 따지고 바르게 시정하는 정치언론의 역할을 했다』며 『언론을 대중매체를 통해 여론을 전파하는 것으로만 좁게 생각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오해』라고 말했다.
사헌부의 관원들은 여론을 살펴 왕에게 간하는 사간원, 정치자문을 하는 홍문관의 소속원들과 함께 「언관」으로 불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표석은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8명의 표석심위위원회가 장소의 고증과 문구등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세워지기 때문에 실수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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