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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최순영회장의 엉뚱한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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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최순영회장의 엉뚱한 고집

입력
1999.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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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생명의 부실화와 외화도피 혐의로 구속중인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이 옥중에서 대한생명의 주총 위임장 작성을 거부, 파문이 일고 있다. 최회장은 가족지분까지 합쳐 50%이상의 대한생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최회장이 주총을 열지 못하도록 위임장 작성을 거부, 사실상 주주권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순조롭게 진행될 듯하던 대한생명의 매각이 당장 암초에 부딪치게 된다.

최회장은 1억6,500만달러의 외화를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그는 국내 3대 생보사중 하나인 대한생명으로부터 마구 자금을 끌어다가 계열사에 부당대출해 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3조원가량의 부실이 발생, 겉으론 우량보험사로 보이던 대한생명이 순식간에 부실보험사로 전락했다.

이같은 비리와 경영실책에도 불구하고 최회장이 대한생명의 「소유권」에 집착, 매각을 통한 대한생명의 경영정상화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의 사회성을 무시하는 처사다. 최회장의 불법행위와 비리는 대형 우량기업을 결딴냈을 뿐만 아니라 환란중의 한국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안겼다.

거액의 세금을 쏟아부어야 할 큰 짐을 국민에게 떠넘겨 놓고 정작 경영정상화를 방해하겠다는 심사는 기업인의 윤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부도덕의 전형이다. 혹시라도 최회장이 대한생명의 보험모집인망 값어치에 대한 이견등 포기하지 못할 다른 이유가 있다면 변호사등을 통해 떳떳하게 밝히는 것이 일을 풀어가는 순서다.

최회장의 반발에 뒤늦게 당황하고 있는 금감위도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 복덕방에서 골목의 구멍가게를 파는 것도 아니고, 자산규모가 14조원에 이르는 대형 회사를 팔기 위해 이미 인수의향서를 제출받아 심사하는 마당에 이런 걸림돌이 불쑥 등장한다는 것은 금감위의 일처리 능력에 의문을 갖게 한다.

최회장이 끝까지 주식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결국은 대한생명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 주식들을 모두 소각해야 한다. 문제는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이다. 금감위로선 매각작업 초기에 포기각서를 받아두든가, 아니면 별도로 부실금융기관 지정준비를 병행했어야 한다.

최회장의 처사는 국민을 크게 낙담시키는 일이지만, 구시대 방식의 강압적 포기각서를 받아서는 결코 안된다. 시간이 걸리고 손실이 늘더라도 꼭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하도록 금감위에 당부한다. 그것이 우리가 환란을 겪으면서 「새 시스템」의 창출을 위해 얻어야 할 교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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