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장이 뜨겁다. 봄부터 신제품 경쟁이 치열했던 청바지의 인기가 시들줄 모른다. 땀방울이 떨어지고 청바지가 무겁게 느껴지는 여름철이면 수그러들려니 했던 것도 오산. 여름 진패션은 더 화려하다. 캐주얼로만 여겼던 진이 의류패션계를 선도할 판이다.실용이 아닌 패션
진의 화려함과 치열한 경쟁은 광고에서 먼저 드러난다. 엄정화의 YAH HOLLYWOOD가 섹시하다면, 보이런던의 장동건은 전에 없이 남성적이다. FRJ는 배용준에게 찢어진 청바지를 입힌다. 쿨독 솔트진의 구본승은 윗통을 벗고 몸매를 과시한 바 있다. 하나같이 모던하고 섹시한 탤런트들을 앞세워 「질기고 실용적인 진」이 아닌 「패셔너블 진」의 이미지를 선전한다. 올 봄 광고전을 주도한 것은 게스 프리미엄 진. 5명의 톱모델 김혜수, 신은경, 이소라, 김남주, 박지원을 내세워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폈다. 그것도 1,999벌 한정판매라는, 적자가 뻔한 전략이었다. 반면 「고소영 바지」로 이름 붙은 닉스 뉴벨핏은 단일 품목으로 밀어붙여 봄부터 15억원어치나 나갔다.
밝고 화사한 여름 진
여름 신제품은 밝고 화사하다. 무릎까지 꼭 맞고 밑은 약간 넓게 해 짧고 통통한 종아리를 길어 보이게 하는 체형보완형이 여전히 반응이 좋다.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를 유지하며 「정통 진」을 고집하던 리바이스마저 이 스타일(리바이스 517)을 내놓았을 정도. 그러나 발목까지 짧거나 넓은 통에 밑단을 좁히는 등 과감한 디자인이 여름철 새롭게 눈에 띈다.
YAH HOLLYWOOD의 시리즈 중 5스타가 대표적인 야한 스타일. 앉으면 엉덩이가 보일 듯 밑위가 짧고 발목에서 떨어져 섹시함을 강조했다. 『골반바지만 해도 처음 나올땐 거부감이 컸지만 지금은 누구나 잘 입지 않느냐』는 게 업체 관련자의 설명. 1스타는 전체가 타이트하고 무릎포인트만 올려준 것, 2스타는 무릎까지 맞다가 넓어지는 형, 3스타는 일자바지, 4스타는 발목까지 오는 슬림형, 6스타는 부리로 갈수록 넓어지는 와이드형, 7스타는 여유 있는 통바지형이다.
보이런던은 1,000명의 소비자 선호도를 조사, 아이스 스노우등 흰색에 가까운 2K진(밀레니엄진)을 선보였다. 스타일은 일자바지에서 아랫부분을 약간만 넓혀 밑통넓은 바지가 부담스런 남성의 구매를 유혹한다. 지피지기는 청바지 물을 완전히 뺀 것을 쉬리진이라 이름 붙여 「쉬리」 특수를 노린다.
만만치않은 정통진의 반격
거꾸로 청바지 본연의 색깔을 고수하는 복고풍 전략도 기세 등등하다. tea의 논워싱 진, 게스 3038이 바로 인디고 블루의 전형적 청바지. 게스 크롭트 진은 발목기장인데 분위기는 복고적이다. 단을 내리면 발목길이, 접으면 칠부길이의 햅번 스타일로 변신한다.
힙합스타일은 활동성이 뛰어난 게 장점. 리바이스는 힙합에도 「정통」이 있다며 40811과 40561을 내놓았다. 통은 넓으면서 밑단통이 좁아 힙합댄스를 즐기는데 편한 디자인이다. T셔츠는 산업디자인과를 나온 클론 멤버 구준엽이 디자인,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FRJ 역시 발목이 좁고 밑위가 짧아 엉덩이부터 밑단까지 호박처럼 보이는 펌프진을 내놓았다.
지난해 진시장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97년 5,000억원에 달했던 시장규모가 절반으로 뚝 떨어졌고 실용적이고 단순한 이지 캐주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봄부터 대반격에 나선 올해 진매출은 3,500억~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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