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은 내야 할 것 아니냐』, 『없는 돈을 어떻게 내란 말이냐』 전두환 전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징수를 둘러싼 검찰과 전씨측의 실랑이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케 한다. 논란의 외양상 검찰이나 전씨가운데 어느한쪽이 지금 억지를 부리는 상황이다. 검찰의 무리수일까, 아니면 전씨의 억지일까. 유감스럽게도 여론은 전씨에게 극히 불리하다. 전씨가 지금 터무니없는 처신을 하고 있다는 비판쪽에 무게의 중심이 쏠려있다.전씨는 97년 대법원에서 12·12군사반란 및 내란수괴, 5·18내란목적 살인등의 혐의로 무기징역형과, 재벌총수로 부터 거둬들인 돈이 뇌물로 인정되어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추징된 금액은 고작 312억9천만원이다.
같은 혐의로 단죄된 노태우 전대통령 경우와는 사뭇다르다. 노씨의 추징액을 채우는데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검찰이 부지런했다. 시중에는 전·노 두사람의 이런 추징금 징수상황을 빗대어 「적극협조-소극환수, 소극협조-적극환수」라는 비아냥이 나돌고 있다.
전씨는 얼마전 자신이 향후 남북협상 대표나 대통령 특사를 희망하는 뜻을 피력한바 있다. 전직대통령 문화의 창조 필요성도 역설했다.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정권」(이민우 전신민당총재)이란 비판속에서 나마 8년여간 이 나라를 통치했던 전직대통령 입장에서 할수있는 얘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적 정서는 전씨가 우선적으로 추징금부터 납부하기를 바라고 있다. 전씨가 쿠데타 수괴, 부정축재자라는 원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정리는 불가피하다. 추징금납부는 바로 그 시작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전씨는 버틴다. 검찰더러 「찾을수 있으면 찾아가라」는 투다. 이보다 더한 후안무치가 있을까. 잘했건, 잘못했건 8년간이나 통치권을 행사한 전씨의 「배째라」식 처신은 그의 정신세계의 황폐함을 보는 것 같아 연민의 정마저 느끼게 한다.
법원이 무일푼인 그에게 무리한 판결을 했을까. 많은 사람들은 「돈이 없어 추징금을 낼수없다」는 전씨의 항변을 일소에 붙인다. 아직도 엄청난 뭉칫돈이 그의 수중 어딘가에 감춰져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런 믿음의 저변에는 그간 전씨의 씀씀이나, 지난 96년 그의 비자금을 수사했던 검찰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확인할수 있다. 비자금 수사당시 전씨는 최소한 1,400억원 이상을 숨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의 이자등을 합치면 현재 뭉칫돈의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났을 것이다.
뭉칫돈의 소유형태는 추적이 곤란한 무기명 채권과 양도성예금증서등의 형태라고 한다. 추징금의 시효가 3년이어서 내년 4월만 지나면 전씨는 추징금에서 부터 자유스러워 진다. 전씨가 버티는 이유도 바로 법의 이런 헛점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국민 대화합」이니, 「지역화합」이니 하면서 전국각지를 누비는 그의 떼지은 나들이는 뭉칫돈의 위력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한푼도 없다는 사람이 도대체 무슨돈으로 일본나들이를 떼지어 할수 있었을까. 「108배를 해도 정치는 안한다」(이순자씨)는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전씨가 과거의 부하들과 함께 연고지를 찾는 모습은 또다른 영향력 확대시도임이 틀림없다.
전씨의 이같은 행보가 가능한 것은 TK지역의 영향력 확보를 바라는 여권의 저급한 정략때문이다. 여권은 영남지역이 터밭인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기위해 5공세력이 어느정도 잠식해 주도록 부추기는 측면이 강하다. 김대통령이 14일 5공세력과의 연대나 제휴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여권과 5공세력간의 정략적 밀월관계는 부인못할 엄연한 현실이다.
군대는 명예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군인은 생명만큼이나 명예를 존중한다. 평생군인 전씨가 명예회복의 시험대에 섰다. 성사여부는 전적으로 그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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