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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강론] 열린 믿음 열린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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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강론] 열린 믿음 열린 종교

입력
1999.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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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성공회대 총장지난 4월말 중국 베이징에서는 모처럼 남북 종교인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반도 평화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논의했다. 남쪽에서는 불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천주교, 그리고 개신교를 대표하는 종단 공식 대표들과 특별초청을 받은 한국민족종교인협의회 대표들이 참석했다. 북쪽에서는 조선가톨릭교협의회, 조선 그리스도교연맹, 조선불교도연맹 대표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그리고 일본의 세계종교인평화회의 대표들도 97년 5월에 열렸던 제1차 베이징 종교인평화회의에 이어 참석했다.

주제는 「어떻게 평화를 위해 종교가 상생의 길을 함께 갈 수 있는가」이었다. 상생이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 즉 창조질서를 지켜가면서 모두를 「살려내는」 길을 찾는 것이라면 종교는 「평화를 만드는 사람」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평화를 중국사람들은 「화평」이라고 쓴다. 이 단어는 서로 다른 것이 어떻게 서로 화합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맺어 고른 세계를 이루어낼 수 있는가하는 뜻을 담고 있다. 다름 투성이인 세계 속에서 종교처럼 서로 다른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종교분쟁이 끊이지 않고 갈등하면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종교가 평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으려면 먼저 「열린 믿음, 열린 종교」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21세기의 시대적 특징이기도 하려니와 종교가 열어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여기서 「열린」 종교가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만 열려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종교, 다른 믿음, 또는 다른 길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열려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베이징 모임에서 우리는 남북간의 장벽을 헐어내기 위해서 종교가 서로에게 어떻게 열려야 하는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열린 믿음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기 주장에 앞서 공동의 목표, 상생의 길을 찾아야 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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