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옐친] '총리인준' 또 다른 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옐친] '총리인준' 또 다른 벽

입력
1999.05.17 00:00
0 0

보리스 옐친이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자축할 분위기는 아니다. 옐친은 탄핵안 부결에도 불구하고 이미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고,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가 첩첩산중이기 때문이다.15일 실시된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 옐친에 대한 탄핵안 투표에서 부결이 확정되자 의회밖에서 『탄핵』을 외쳐댔던 반옐친 군중들은 눈물을 흘렸다. 외회안에서는 공산당 의원들이 주먹을 흔들어대며 분통함을 삭였다. 옐친을 지지하며 반대표를 던졌던 자유민주당 의원들은 결과가 나오자 조용히 의회를 빠져나갔지만, 바깥으로 나오자 마자 모멸에 가까운 야유를 들어야 했다.

◆탄핵안 부결

이날 표결에 부쳐진 5개항의 탄핵안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체첸전쟁 부분. 옐친에 반대하는 공산당과 강경파 의원들은 옐친이 94~96년 민간인을 포함한 8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체첸전쟁에서 반민족 범죄를 저질렀다며 탄핵안 가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탄핵에 필요한 300표(재적의원 3분의 2)에 17표 부족한 283표의 찬성을 얻는데 그쳤다. 나머지 4개항도 탄핵에는 모두 실패했다. 공산당 등은 지난 11개월간 옐친의 탄핵을 준비해 왔지만 5개항 모두 과반수의 찬성을 얻었다는 게 최대의 성과였다.

◆옐친의 대응

탄핵 투표가 실시되는 동안 옐친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떠나 있었다. 이날 아침 건강진단을 받은 그는 휴양지에서 하루를 보냈다. 탄핵부결 소식을 접하고도 성명 발표 등 특별한 대응은 없었다. 다만 국가두마가 세르게이 스테파쉰 신임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준 투표를 19일 실시할 수 있도록 인준을 공식요청하라고 지시했다. 스테파쉰 총리 지명자는 『가능할 수도 있었던 심각한 정치위기를 피하게 됐다』며 탄핵안 부결을 환영했다.

◆향후 정국전망

이날 표결 결과는 공산당이 제 1당인 국가두마와 옐친 대통령간의 힘겨루기에서 일단 옐친이 승리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옐친 대통령이 향후 정책추진 과정에서 다소 힘을 얻게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결과론일 뿐. 옐친으로서는 당장 3일 앞으로 다가온 스테파쉰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준조차 불투명하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국가두마는 지난해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준을 2번이나 부결시킨 전례가 있다. 더구나 스테파쉰은 공산당이 옐친 만큼이나 기피하는 인물이다.

◆공산당

공산당은 이번 탄핵안 투표 결과 「반옐친 대열」이 과반수가 넘음을 분명히 확인했다. 러시아 민중들의 반옐친 분위기도 고조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총리인준이 3회 거부될 경우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옐친의 위협이었지만 이제는 공산당의 기회일 수도 있다. 일반 국민들의 옐친에 대한 지지도는 0%에 가깝다는게 외신들의 시각이다. 조기총선이 실시될 경우 이번 탄핵안 투표에서 옐친을 지지한 정당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박정태기자 jtpark@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