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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열전]2. `칭찬합시다' 김영희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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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열전]2. `칭찬합시다' 김영희PD

입력
1999.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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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MBC 4층 편집실. 모자를 눌러 쓴 시커먼 남자가 편집에 정신이 없다. 이틀째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자신의 프로에 이처럼 열정을 쏟는 사람. 요즘 방송가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MBC 김영희 PD다. 일반인 뿐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본다는 「칭찬합시다」가 그가 연출중인 프로.『일과 가정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가정이지요. 가정을 위해 일이 존재하는 거지요』 일에 미쳐 사는 사람처럼 보이는 김PD의 의외의 대답. 아무리 지쳐 밤늦게 귀가해도 초등학생인 아들이 축구를 하자면 공을 들고 나가는 가정적인 남자. 그리고 결혼기념일을 한 번도 잊지않고 아내에게 선물을 하는 다정한 남편. 이런 이유로 일을 맡을 때는 으레 일주일 중 절반은 집에 들어가지 못해도 가족들은 불만이 없다.

PD가 무슨 일 하는지도 모른 채 방송 일을 하고 싶어 86년 MBC에 입사했다. 단지 21세기에 방송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만 알고. 서울대 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지만 교사가 안 된 이유다. 그는 오락과 재미를 주는 코미디가 너무 좋아 선뜻 코미디 PD를 지망했다. 『쥐어짜는 웃음보다는 자연스런 그리고 의외성으로 인한 웃음을 담은 코미디, 어둡든 밝든 상관없이 사회현실을 담는 코미디』 그가 지향하는 코미디관.

개그우먼 이경실의 말처럼 그는 마이더스의 손을 가졌나 보다. 데뷔작은 실패만 안하면 성공이라는 방송가 정설도 그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등에서 AD로 활동하다 92년 연출자로 데뷔한 「일요일 일요일밤에」서 이경규를 내세워 몰래 카메라를 통해 본 스타 엿보기를 시도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이후 타방송사들의 몰래 카메라를 이용한 유사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신진 개그맨과 구봉서 남성남 등 코미디언이 함께 출연한 95년의 「웃으면 복이 와요」. 남들은 모두 실패할 것이라고 했지만 성공했다.

또 다시 96년 세인의 눈길을 끈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이경규가 간다」코너. 캠페인성이 가미된 이 코너는 장기간 인기를 끌었다. 그는 자신의 연속된 성공이 순전히 운이라고 했다. 하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끈기와 성실로 일을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공부한다. 밤중 정지선을 지키는 사람을 찾는 「이경규가 간다」 첫 녹화 때 일은 이런 일면을 잘 보여준다. 저녁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찾았지만 없어 이경규를 비롯한 제작진은 철수하자고 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기다렸다. 새벽 4시쯤 정지선을 지키는 한 사람을 찾아냈다. 그가 바로 장애인이었고 이 장면이 방송에 나가자 수많은 시청자들은 진한 감동을 느꼈다. 그는 한참 주가를 올리던 95, 97년 프로를 그만두고 홀연히 일본과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 코미디 공부를 했다.

그는 국민들이 실의에 빠져있을 때 남모르게 선행한 사람들을 발굴, 칭찬해주는 「칭찬해줍시다」로 감동과 재미의 두마리 토끼를 잡으며 다시 시청자 곁으로 돌아왔다.

제작진과 사이가 좋고 늘 웃는 그의 모습 때문에 사람들이 부르는 별명은 「쌀집 아저씨」. 만약 1,000만원이 생기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불우이웃 성금으로 내겠다』고 답했다. 그는 실제 「칭찬합시다」로 백상예술대상 문화관광부장관상 등 부상으로 받은 상금을 전액 성금으로 기탁했다. 그가 다음에 무슨 장르의 코미디를 들고 나올지 기대 된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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