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작곡가 이만방(54·숙명여대 작곡과교수)씨는 위 80%가 없고 십이지장은 아예 없다. 4년전 위암수술을 받을 때 잘라냈다. 당시 의사로부터 2년간 살 수 있을 확률이 20%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 기적적으로 회복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1주에 한 번씩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는데 암세포가 보이지 않고 각종 의학적 수치도 정상인보다 낫다고 한다.그는 이렇게 정상인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두가지 운동 덕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바로 암벽등반과 전통무예인 금정무. 암투병환자가 택한 운동으로는 전혀 뜻밖이다.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하고 싶은 일이나 실컷 해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암선고 받기 1년전부터 즐겼던 암벽등반에 본격적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이교수에게 죽음의 그늘이 드리운 것은 95년. 국제현대음악협회가 주최하는 세계현대음악제에 3번이나 입상하는 등 한창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기였다. 연주여행과 강연을 위해 미국을 돌아다니던 중 지병이 있는 동행자를 따라 샌프란시스코의 한 병원에 우연히 갔다가 암선고를 받았다. 대기하는 시간에 받아본 건강진단 결과는 뜻밖에도 위암 중기였다. 여행계획은 즉각 취소되고 의사의 권유로 현지서 수술을 받았다.
그는 미국에서 돌아 오자마자 항암치료를 받는 한편으로 북한산 아래에 텐트를 치고 암벽등반에 나섰다. 96년 6월부터 12월까지 몇사람과 어울려 하루도 빠짐없이 인수봉을 오르내렸다. 이교수는『암벽에서 1~2㎝를 잡느냐 못잡느냐에 열중하다 보니 아내걱정, 자식걱정도 사라지고 두려움도 없어졌다』고 회고했다.
겨울에 접어들어 바위타기가 힘들 무렵 그는 또 하나의 『은인을 만났다』고 한다. 고구려의 기(氣)무예인 금정무 제27대 전수자 허찬만(37·공무원)씨를 알게 된 것이다. 그는 『금정무는 정해진 동작없이 기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도를 터득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수련과정에서 신체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1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한 이교수는 요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산에 오르며 금정무는 일주일에 2~3차례 익히고 있다. 금정무의 몇가지 동작을 날렵하게 선보인 그는 『사람을 만날 때도 암벽을 오를 때처럼 대하면 건강도 찾아오지 않겠느냐』며 『좀 더 컨디션을 지켜본 후 작곡활동도 시작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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