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문기구인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법조인과 의료인 양성의 틀을 바꾸는 새로운 법학·의학 교육제도 시안을 내놓았다. 법조인 의료인의 교육과정을 학부에서 전문대학원으로 옮겨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양성하자는 안이다.학부과정을 마친 사람 가운데 지원자를 뽑아 법학 3년, 의학 4년의 집중적인 교육을 통해 법무박사 의무박사 자격을 주자는 것이다.
김영삼정부 시절에도 세계화추진위원회가 이와 비슷한 안을 추진하다가 현업종사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된 일이 있는데, 이번에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시행방안까지 마련됐다.
인권과 재산권을 다루는 법조인과 인명을 다루는 의료인 교육을 「학사후 전문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해 더 전문적이고 심도있게 가르치자는 발상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기초소양과 전문적인 지식을 고루 갖춘 법조인력이 배출되리라는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 법조인 양성과 임용제도는 너무 경직돼 있어 국민들은 질 높은 법률서비스를 목말라하고 있다. 머리 좋은 학생들이 교양과정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사법시험 과목만 파고들어 일찍 합격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 세상이다.
젊은 판검사들에게 하루 10여건의 사건이 맡겨지는 시스템 아래서 정확하고 신속한 처리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 안이 시행되면 유명 대학의 법학교육 학부과정이 없어지고, 기존의 모든 의대는 의학대학원으로 개편되므로 지나친 법대와 의대 선호로 인한 과열경쟁과 낭비가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극소수(3%)만 법률가로 선발되는 사법시험에 고급인력이 집중되는 이른바 「고시낭인」 양산문제도 해결되고, 다양한 학부 전공을 배경으로 하는 전문법률가 양성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법학 전공자들에게만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주고, 법학대학원 졸업자에게 사시 1차시험 면제혜택을 주는 특혜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교육연한이 크게 늘어나는 문제도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법조인의 경우 현행보다 4년, 의료인은 2년이 더 늘어나 교육비 부담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여기에 직무연수와 수련과정, 군복무기간을 합치면 전문직업인으로 첫발을 딛는 시기가 너무 늦어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기존 법조인들과 의료계의 반발도 예상되며, 법학대학원 인가와 관련해 대학간의 갈등도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제도개혁의 장애요소가 되어서는 안된다.
아쉬운 것은 판검사 임용제도 개선에 관한 안이 없다는 점이다. 사법개혁 자문기구에서 다룰 문제이기는 하지만, 양성과 임용은 따로 생각할 사안이 아니므로 두 기구가 잘 협조해 판검사 임용제도까지 개선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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