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물」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오히려 즐겁다. 흔히 「신의 손」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뛰어난 골키퍼들의 좌우명은 「짤수록 더 좋다」가 아닐까.축구에서 골게터가 「양지」라면 GK는 「음지」다. 하지만 골을 내주면 곧바로 승패와 직결되는 자리여서 어떤 포지션보다 중요한 자리임에는 틀림없다.
올시즌 「토종 GK」들이 자기 세상을 만났다. 한때 러시아 용병 사리체프가 「신의 손」이라 불리는 등 용병 GK들이 국내 프로축구의 안방을 독차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토종 GK들의 기량이 향상된 탓도 있지만 올시즌부터는 용병 GK가 완전 퇴출됐기때문이다.
대한화재컵 4강전이 열리는 16일 각팀 안방마님들의 「안방지키기」 경쟁은 또 다른 흥미거리다. 수원삼성은 이운재(29)가, 천안일화는 새내기 권찬수(25)가 골문을 사수한다.
삼성의 창단멤버인 이운재는 지난해 34경기에 출전, 31골만을 내주며 유일하게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는등 철벽방어를 펼쳐 정규리그 패권을 견인했다. 탄력있는 몸놀림과 필드장악력, 그리고 큰 경기를 치러본 노련함이 강점으로 대한화재컵 8경기출장에 8골을 허용했다. 10개구단 GK중 최소실점률.
한편 권찬수는 한일생명을 거쳐 올해 입단한 중고신인. 타고난 순발력에 예리한 판단력까지 겸비한 그는 단국대시절 「야신의 후예」로 불렸다. 95년 한양대와의 16강전서 승부차기 4개를 연속으로 막아내며 2-1 승을 이끄는 공을 세울만큼 페널티킥을 막는데는 일가견이 있다. 7경기에 출전해 10실점.
울산현대와 부산대우엔 「꽁지머리」 김병지(29)와 신범철(29), 두 동갑내기가 혈전을 벌인다. 또 두선수는 긴머리를 휘날리며 그라운드를 휘젓는 모습도 비슷하다. GK로 김병지만큼 화려한 선수도 없다. 김병지가 GK 스타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난시즌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인 헤딩골을 따내 「골넣는 골키퍼」 반열에 오르며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최근 패션쇼 출연 등 잦은 외도로 구설수에 오르며 7경기에 9실점,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흠. 그러나 국내프로축구선수중 최고연봉인 2억2,000만원을 받는다는 것에서 그의 상품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산대우 신범철의 순발력만큼은 동급최강. 마케도니아출신 일리치의 그늘에 가려있던 신범철은 98년부터 본격적으로 팀의 골문지기를 맡아 안정된 실점률을 보여주고 있다. 월드컵대표 출신인 그가 실수만 없다면 골문은 OK. 8경기 10실점.
「프로에서 2등은 없다」는 GK 4인방. 과연 이들 최강의 방패를 뚫을 만한 창은 몇개나 될것인가.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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