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화 '암살자'] 킬러 40년 "후계자 누구 없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화 '암살자'] 킬러 40년 "후계자 누구 없소"

입력
1999.05.15 00:00
0 0

1세대 바그너(미셀 세로). 40년 경력. 은퇴를 바라볼 나이. 이제 시력이 떨어져 멀리있는 목표물을 잘 맞추지 못한다. 귀도 어두워 보청기를 낀다. 수전증도 생겼다. 그러나 프로정신은 여전하다.킬러는 「백정」이 아니라 「장인」이라고 강조하는 사람. 때문에 급소를 노려 고통없이 정교하게 죽여야 한다. 총에 대해서도 박사. 그런 그가 후계자를 찾고 있다.

2세대 막스(마티유 카소비츠). 삯바느질을 하는 어머니가 『꼬마』라고 부르는 스물 다섯의 청년. 벌레 한 마리도 죽일 수 없을 만큼 유약하고 겁도 많다. 우연히 슈퍼마켓에 물건을 훔치러 갔다 바그너의 살인현장을 목격한다.

바그너를 미행하다 들켜 반강제로 후계자가 되지만 첫 임무부터 실패한다. 비밀을 누설한 죄로 바그너에게 살해당한다. 방송 끝난 TV화면처럼 그는 죽으며 『제기랄 이렇게 끝날 줄 알았어. 개같은 인생』이라고 말한다.

3세대 메디(메디 베누파). 겨우 열네살의 아랍계 소년. 겁이라고는 없다. 아니 잔인하게 용감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자동차를 몰고 질주하다 싫증나면 태워버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포르노테이프 배달도 한다. 막스가 덜덜거리며 총을 쏘지 못하자 대신 방아쇠를 당기고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막스에 실망한 바그너가 그를 후계자로 끌어들인다. 소년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일은 비디오게임보다 가볍고 쉬운 일이다. 무단결석한 그에게 선생이 『너같은 애는 학교 다닐 필요 없어』라고 말하자 교장과 선생을 난사하고 자살한다.

셋은 「폭력」이란 공통 분모 위에 놓인 과거, 현재, 미래다. 과거는 단절되려는 전통과 원칙을 이으려 하고, 현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끼어 불안해 한다. 그리고 미래는 희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질러지는 살인은 그들의 언어일 뿐이다.

32세의 프랑스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 이 영화에서 막스로 출연한 그는 4년 전 폭력과 분노, 죽음과 저주의 악다구니를 「증오」에 담아 칸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을 받은 신예다.

17세 때 영화를 찍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는 『나는 영화를 학교에서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카메라가 학교이고 연습장』이라고 떠드는, 마틴 스콜세지와 오우삼을 존경하는 배우 겸 감독.

지금은 「제5원소」의 뤽 베송, 「도베르만」의 얀 쿠냉과 함께 그들 이름의 첫 글자를 따 LA에 설립한 영화사 「1B2K」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 탈프랑스파 3인방 중 한 명이다.

「암살자(들)」은 92년 45분짜리 자신의 동명단편을 97년 장편으로 변주한 것이다. 자극적인 살인장면과 소리(총, 드릴, 용접)의 배치. 영화는 끝없이 약육강식의 다큐멘터리, 사촌 여동생을 집단폭행하는 시트콤, 포악한 괴물이 등장하는 광고를 화면에 배치시킨다.

TV야말로 폭력의 이미지를 마구 생산해 내는 자본주의의 제도화한 암살자이기 때문이다. 원제를 「Assassin」으로 해 복수를 유보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