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과 재앙은 불행이 아니라 좋은 선물입니다. 어려움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극복해 나가면 반드시 꽃이 피고 알찬 열매를 맺는 것이 세상의 이치 입니다』11일 제10대 조계종 종정에 취임한 이후 경남 합천 해인사 원당암에서 평소대로 장좌불와의 수행을 실천하고 있는 혜암(79)종정은 『지난해 종단분규도 발전을 위한 과정으로 잃은 것 보다는 얻은 것이 많은 것처럼 나라의 일 역시 위기를 기회로 여기면 극복하는 길이 반드시 열린다』면서 국민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혜암종정은 『종단의 갈등과 혼란은 개혁을 숭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종정 취임교시를 지계청정(계율을 엄중히 지켜 청정한 중 노릇을 하자) 종풍선양(종단의 바른기풍을 드러내자) 전법도생(부처님의 법을 전해서 중생을 제도하자)으로 정했다.
혜암종정은 또 『종정을 맡기 전에는 각 사찰의 점안불사(불상을 봉안할 때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리는 일)에 꼬박꼬박 참석했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도 많아 이제는 바깥 출입을 일체 안하고 있다』며 『하지만 종정으로서의 책임은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철스님이 입적한 후 93년 해인총림방장에 오르면서 선방수좌들에게 다섯가지 계행을 강조했다. 우선 하루 4시간 이상 잠자지 않고 오후에 불식하도록 하는 것을 가풍으로 세웠다. 밥을 많이 먹으면 몸이 무겁고 잠도 많이와 게을러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공부하다 죽으라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참모습을 깨닫는 참선을 행하고 밖으로는 남을 도와 줄 것, 주지 등의 소임을 맡지 말 것, 일의일발(옷 한 벌과 바루 하나)로 청빈하게 살 것이 계행의 내용이다. 혜암종정스님은 또 『수행의 궁극적 목적은 중생을 제도하는 것 밖에 없어 본심을 깨치면 바로 부처가 된다는 「돈오돈수」를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1920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난 혜암스님의 속명은 김남영, 법명은 성관이며 혜암은 법호다. 45년 일본으로 건너가 「선관책진」등의 종교서적을 접한 뒤 출가를 결심하고 귀국, 46년 해인사 인곡스님 문하에서 득도했다. /해인사=이동렬기자 dylee@hk.co.kr
혜암스님이 14일 원당암 뜰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합천=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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