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가 창학 반세기를 맞았다. 개교 50주년 행사로 활기에 넘친 캠퍼스에서 만난 조영식 경희학원장은 『감개무량』이라는 한마디로 지난 반세기의 소감을 말했다. 희수의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경희대가 평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초석이 되도록 여생을 바치겠다』며 젊은이같은 의욕을 보였다.-개교 50돌을 맞는 감회가 남다를텐데요.
『50주년이 되기 전에 내 삶이 끝날 것으로 생각하고 개교 15주년때 50주년이 되면 읽어달라며 메시지를 남겼어요. 그 것을 기념식에서 제가 읽게 됐으니…. 돌이켜보면 힘든 일이 하도 많아 500년쯤 산 것 같습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전부 잿바다가 됐던 것을 일으켰잖습니까. 그리고 우리 현대사에 얼마나 굴곡이 많았습니까. 이렇게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를 이끌어 오면서 힘들었던 때는 언제입니까.
『우리 대학은 초창기때부터 IMF한파를 겪은 거나 다름없죠. 한국전쟁 때 아무 재정기반 없이 부산에서 가교사로 출발했습니다. 환도후 서울역 부근에 교사를 마련했는데 이웃 국민학교에서 불이 나 몽땅 타버렸어요. 회기동으로 옮겨 다시 건물을 짓는 데 공사비가 없어 혜화동 집을 팔 지경이었지요. 그 때 부부가 고생을 많이 해서 황달에 걸렸어요. 그런 어려움을 겪고 나니 재정적 안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재단운영을 착실하게 해왔습니다. 그 덕에 우리 학교는 IMF체제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다른 대학에 비해 내세울 자랑거리가 있다면.
『교직원 학생 동문의 학교사랑이 대단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지난해까지 모교발전기금이 50억원에 불과했는데 올 봄부터 개교 50주년을 맞아 기탁받은 돈이 150억원이 넘습니다. 동문들이 이렇게 학교를 사랑하는 것을 보면 고맙다는 생각뿐입니다. 화합 협동하면 불가능이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거지요』
-학교발전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이 있습니까.
『개교때부터 항상 미래를 내다보고 교육목표를 세워왔습니다. 50년대 후반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농촌계몽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가난퇴치운동이었지요. 62년에는 이 것을 잘살기운동으로 바꿨습니다. 당시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이 이를 본따 새마을운동을 벌인겁니다. 75년부터는 밝은사회운동을 펼쳤는 데 이 게 새마음운동, 바르게살기운동으로 발전한 겁니다. 94년부터는 인간존중의 사회를 만들자는 차원에서 「도덕과 인간성회복을 위한 르네상스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개교 50년 행사의 하나로 10월에 개최하는 세계 NGO대회는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됩니다. 새로운 천년을 바라보면서 지구공동사회를 만들자는 거지요』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일이 있으실텐데요.
『우선은 경희대를 인류문명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대학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결코 의욕을 버릴 수 없는 일입니다. 제자들이 국가와 사회, 인류를 좋은 길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거죠.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회장을 18년 동안 맡고 있는 데 하루빨리 이산가족들이 만나는 모습을 봤으면 여한이 없겠습니다. 요즘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만나면 이 문제를 거론하곤 합니다』
-학생과 교직원, 동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희정신을 그대로 지켜가면서 장차 다가올 동북아시아 시대에 우리나라가 동방의 밝은 등불이 되도록 앞장서달라는 당부를 드립니다. 지금 과학기술문명은 너무 위험한 상태에 다달아 있습니다. 물질만능주의가 판치고 배타적 국가주의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대학, 한국을 향도하는 바른대학으로 키워 달라는 게 바람입니다』
/이충재기자 cjlee@hk.co.kr
약력
1921년 평북 운산출생 49년 경희대 전신 신흥대학 설립 50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76년~현재 인류사회재건연구원·국제평화연구소·밝은사회문제연구소총재 78년~현재 밝은사회국제클럽 총재 81년~현재 세계대학총장회 영구 명예회장 82년~현재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위원장 92년~현재 오토피아 평화재단 총재 모스크바국립대 명예철학박사 등 28개 명예박사학위 국민훈장 무궁화장, 유엔평화훈장, 유네스코 세계평화교육상 등 58개 상훈 수상 저서 「세계평화대백과사전」등 다수 조영식경희학원장은 『개교 50주년은 경희 재창조의 원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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